건설기계 '빅3', 경기침체에 지난해 실적 부진
데이터센터 등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 전망

HD현대건설기계의 34톤(t)급 굴착기. / 사진=HD현대
HD현대건설기계의 34톤(t)급 굴착기. / 사진=HD현대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이 북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건설기계 3사는 경기 둔화로 시장 조정을 겪고 있지만 현지 맞춤형 제품군 확대와 생산 거점 강화, 신규 고객 확보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美 건설산업협회 “건설기계 수요 올해 회복세”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건설산업협회(AGC)는 최근 발표한 ‘2025 건설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북미 건설 시장이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총 1109명의 미국 내 건설업계 종사자가 설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42%), 수도·하수(35%), 도로·교량(24%), 전력(32%) 등의 분야에서 성장세가 예상된다. 인프라 투자와 공공 프로젝트 부문의 성장이 예상되면서 건설기계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응답자의 77%가 올해 인력 채용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는데, 인력 부족 현상에 따라 건설 장비의 수요 증가 가능성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건설기계 업계도 주요 국가의 인프라 투자 촉진 정책에 따른 건설기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단계적으로 해소되며, 인프라 투자 촉진과 건설기계 수요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된다”면서 “올해는 하반기 본격적으로 매출 회복이 예상되며 장기적으로 2029년까지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현재 북미 및 유럽 건설기계 시장은 경기 둔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건설기계 3사는 미국 건설 경기가 회복하는 때를 대비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조지아주 현지 맞춤형 생산을 통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북미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높은 4조8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건설 장비 시장이 반등세로 전환,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 4조1142억원, 영업이익 1842억원을 잠정 기록해 전년 대비 11.7%, 56.0%씩 감소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특히, HD현대건설기계와 함께 미국 조지아주에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를 설립, 현지에서 고객 주문 사양에 맞춰 제품을 조립·완성하는 방식으로 원가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AGC 보고서에서도 현지화된 생산 시스템이 원가 절감과 유연한 공급망 관리를 가능하게 하면서, 북미 건설기계 업체들 사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환경 건설기계 수요 증가에 맞춘 장기적인 대응 전략도 세웠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미래 파워트레인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파워팩 개발 및 소형 건설기계 전동화를 추진하고 내년부터 지게차·버스·트럭용 배터리팩 양산에 나선다. K2 전차 엔진 생산 확대 및 수소 엔진 개발을 통해 건설기계 외 사업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소형 건설기계 분야 강자인 두산밥캣은 지난 2023년까지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으나,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프라 투자 위축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엔 영업이익 8714억원, 매출 8조551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37.3%, 12.4% 감소했다. 미국 건설기계 시장 조정기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경우 소형 건설기계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두산밥캣은 북미시장에서 판매량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를 추진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두산밥캣의 소형 건설기게 '스카이로더'. / 사진=두산
두산밥캣의 소형 건설기게 '스카이로더'. / 사진=두산

◇고금리·경기 둔화 속 차별화 전략이 열쇠

AGC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건설 시장의 주요 리스크로 금리 상승(41%)과 경기 둔화(41%)가 꼽혔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이 신규 장비 구매보다는 대여·리스 시장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된다. 

이에 건설기계 업체도 단순 판매가 아닌 장비 리스·구독 모델 등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현지 금융 플랫폼 기업인 PEAC 솔루션과 손잡고 고객들에게 리스 지불 옵션 등을 제공하는 등 금융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두산밥캣은 단순 판매만을 고집하고 있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아직 북미 현지서 리스 금융 등 상품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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