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도 집 살 사람 없어···수요 진작 위한 종합대책 나와야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와 여당이 비수도권 미분양 해소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요가 없는 시장에서 대출을 풀어봤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은 오늘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민생대책 점검 당정협의회’를 마친 뒤 “비수도권 준공 미분양 해소를 위해 DSR 대출 규제의 한시적 완화를 금융위원회와 국토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서는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DSR은 연간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이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의 주택 구매자들이 더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방에서 미분양이 늘어난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본질적인 원인은 수요 부족이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지속되는 가운데 과도한 공급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여기에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대출을 더 쉽게 해준다고 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현재와 같은 고금리 환경에선 DSR 완화의 실효성이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높은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실수요자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돈을 빌려도 갚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무리한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만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DSR 완화가 단기적으로 일부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지방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일부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 단순히 대출을 풀 것이 아니라 지방 경제 활성화, 주택 공급 조절, 정주 여건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하려면 신중해야 한다. 무리한 대출 규제 완화는 자칫 빚 부담만 늘리고 지방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더 깊게 만들 수 있다. 단기적인 수요 진작보다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