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연료 지원 강화, 친환경은 축소”
“수출기업 타격, 선제적 협상카드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트럼프 2기 정부는 에너지 정책 전환을 공언하고 있다. 정책 혜택이 컸던 친환경 분야 지원을 크게 줄이는 반면, 물가 안정, 고용 확대를 위해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미국내 에너지 전환 상황과 정치 구도를 감안할 때 태양광, 풍력 에너지 지원 수준을 급격하게 낮추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친환경 분야 수출기업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내 제조공장 설립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의 충격요법에 대비한 협상력을 시급히 갖춰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신정부는 친환경 규제 철폐, 축소에 적극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석유 시추 확대를 의미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을 강조했고, 취임 첫날엔 온실가스 감축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직전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에너지 가격 상승을 유발해 인플레이션을 악화했단 인식에서 나온 정책 방향이다. 트럼프 대통령 공약집인 아젠다47은 “트럼프 1기 전력 가격은 중국과 비슷하고 일본, 독일보다 저렴했으나, 현재 민주당 지역구 전력 가격은 미국 평균보다 2배, 중국보다 3배 높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 및 인프라 투자를 늘려 에너지 가격을 내리고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물가 안정, 고용 증대를 꾀하겠단 방침이다. 파리협약 탈퇴 등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배출 감축 관련 기존 정책 폐지 행보에 더해 환경규제 축소를 재생에너지 지원 최소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 친환경 정책인 그린뉴딜 폐지, 인플레이션 감축법, 인프라투자 및 일자리법 축소를 통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보조금 축소에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지원에 힘입어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은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산업은 시추 및 건설 관련 기계 장비 수출 증가, 화력발전 관련 가스터빈 수출 기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공급 증가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내리면 우리 정유, 석유화학업계에도 수요 증가에 따른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IRA, 기업평균연비규제 등 내연기관 배기가스 규제, 전기차 확대 정책 철회로 전기차 관련 분야는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이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태양광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IRA 축소 기조가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친환경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IRA에 태양광, 풍력발전 지원 내용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공약이 현실화하면 태양광 산업의 투자나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 태양광 업체 입장에서도 긍정적이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미국 내 태양광발전소가 공화당 지역에 집중된 것은 변수로 거론된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로 인한 수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여당 지역구 의원들이 반대에 적극 나서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이에 친환경에너지 관련 정책은 적절한 완급 조절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태양광에 비해 풍력은 트럼프 2기 정부 기조를 감안할 때 위축이 더 두드러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풍력발전산업은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전력 생산 중 10.3%를 차지하고 있다. 수력(6%), 태양광(5.6%)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보다도 높다. 그런데 풍력발전 에너지가격은 수력, 태양광보다 높은 경향이 있어, 싼 에너지 가격을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에선 정책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강화에 방점을 둔 에너지 정책 방향이 현실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단 진단이 나온다. 미국 전체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본궤도에 올라 있어 화석연료 비중을 비약적으로 높이긴 현실적으로 어렵단 분석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지난해 태양광 풍력 등 미국의 에너지 전환 수치가 대략 20%를 넘어섰다. 히트펌프 등 난방 부문 상황을 감안할 때 전기, 난방 쪽에서 가스 수요가 지금보다 늘어나긴 어렵다”며 “IRA 등 관련 법 개정 또한 수혜를 받았던 공화당 지역구 의원들 반대로 극단적 폐지로 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강화 정책이 표면적으론 추진되겠지만, 상징적 수준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우리 정부나 기업은 친환경 관련 수출 위축에 대비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석 위원은 “태양광, 풍력 등 우리 기업이 미국에 여러 기자재를 수출해왔는데, 지금 트럼프 정책은 수출하지 말고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세워 생산하란 압력을 취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상대방에 충격적 압력을 넣어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나오면 그때부터 협상을 시작하는데, 관세도 이런 취지의 압력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통상 협상을 할 때 과도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에너지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협상카드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단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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