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항공기 날개·엔진 손상 없어···원인 규명 철저히 할 것”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원인이 엔진 등 기체 문제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승객이 소유한 보조배터리 등 수하물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일 것이란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사고 직후 현지에 급파돼 이날 오전 5시 55분부터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번 화재 사고가 발생한 항공기 양측 날개와 엔진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철위는 선반 속 정체불명의 물체에서 불이 났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발화지점을 조사 중이다.
에어부산 항공기는 약 한달 전인 지난해 12월 12일에도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기내에 보관됐던 승객의 보조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었다. 승무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진압했고, 탑승객 전원이 하차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항공사들은 규정상 기내 화재 위험이 큰 보조배터리를 위탁수하물로 부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160와트시(Wh) 이하의 보조배터리는 승객이 직접 휴대할 경우 반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내 선반에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사고에서 기내 반입된 보조배터리가 160와트시를 초과하진 않는지 규정 위반 여부가 조사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번 화재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8일 사고 직후 사고 상황을 보고받고, 피해 규모와 구조를 지시한 뒤 29일 오전 10시 30분께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방문해 수습 상황을 보고받았다.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 대응을 위해 세종청사에 중앙사고수습본부, 김해공항에 지역사고수습본부을 구성했으며,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비행기록장치,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등 블랙박스를 분석 중이다.
전날 밤 10시 15분 김해공항 주기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다. 불은 후미 선반에서 시작돼 여객기 전체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내에서 근무 중이던 승무원이 기장에게 즉각 보고했고, 기장은 유압 및 연료 계통을 차단한 뒤 비상탈출을 선포했다.
불은 1시간 16분 만인 오후 11시 31분에 완전히 진압됐다. 승객과 승무원 등 176명 전원이 비상 탈출에 성공했으며, 이 중 3명은 경상을 입었다. 현재 110명은 자택으로 귀가한 상태고, 65명은 호텔에 투숙 중이다. 나머지 1명은 경상자 3명 중 1명으로, 입원 치료 중이다.
국토부는 승객 보상과 관련해 에어부산이 삼성화재에 기체 및 승객 보험에 가입했고, 승객 상해 및 수하물에 대한 보상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에 이어 항공기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피해자 지원 및 보상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