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R1 저렴한 운영 비용 강점···iOS 무료 앱 1위 올라
엔비디아 주가 17% 급락···SK하이닉스·삼성전자 매출 감소 우려
AI 반도체 생태계 확대 기대감도···미중갈등 심화 시 수출 타격 가능성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가 저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국내 반도체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심 주도주였던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AI 반도체 생태계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28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딥시크가 지난주 출시한 AI가 기존 챗GPT 모델보다 저렴한 운영 비용을 강점으로 빠르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AI는 곧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며 챗GPT의 인기를 넘어섰다.
이러한 영향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27일(현지시간) 3.1% 하락했으며 AI 선두주자였던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주가가 17% 하락하면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하루 새 5890억달러(한화 약 846조원)가 증발했다.
엔비디아 이외에도 AI 관련 기술주들이 일제히 폭락하며 뉴욕 증시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AI 반도체 관련기업인 마이크론과 암(Arm) 홀딩스의 주가는 이날 장중 각각 10%, 9% 하락했다. 브로드컴은 18%, 마이크로디바이스는 장중 6% 이상 떨어졌다.
딥시크는 챗GPT와 유사한 LLM 모델로 기존의 고비용 데이터 센터나 대규모 전력 소모 없이도 효과적인 성능을 제공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딥시크 'R1' 모델은 오픈AI의 프론티어 모델인 'o1'과 유사한 성능을 보여주면서도 모바일과 PC 사용에 최적화돼 있다.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출시한 비교적 낮은 성능의 H800 칩을 활용해 약 600만 달러(한화 약 80억원)로 모델을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모델은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AI 모델의 비용과 전력 소모를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밴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마크 앤드리슨 공동창업자는 "딥시크의 AI칩은 지금까지 본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번 딥시크의 출시는 엔비디아 이외의 전 세계 기술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9.2% 하락해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유럽의 ASML 같은 주요 기업들 또한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체 역시 매출 감소 등의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H800과 같은 저성능 칩에는 메모리도 과거 세대 HBM인 HBM3가 탑재되는데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AI 생태계가 넓어져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AI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자급자족 경쟁이 심화될 경우 우리 기업의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딥시크의 AI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기술 기업을 최대한 활용해 전례 없는 방식으로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