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세라닙' FDA 허가 재도전
오는 3월경 신약 허가 여부 가닥
"FDA의 CMC 통과 여부가 관건"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여부가 오는 3월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이미 한 차례 FDA 허가 도전이 물거품된 만큼 재허가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HLB가 17년간 5000억원 이상 투자해 개발한 리보세라닙이 FDA 국산 신약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LB의 리보세라닙에 대한 FDA 허가 여부가 오는 3월 20일 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HLB는 지난해 5월 리보세라닙 허가 불발 이후, 같은해 9월 FDA에 재심사를 신청했다. FDA는 재심사 서류를 접수하면 클래스1과 클래스2로 분류해 진행한다. HLB의 경우 클래스2로 분류돼 승인을 위한 기간이 최대 6개월 소요된다. 따라서 HLB측은 늦어도 올해 3월 승인 여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HLB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해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HLB의 리보세라닙 사업화는 자회사 엘레바가 2007년 미국 어드벤첸 연구소로부터 리보세라닙 글로벌 판권(중국 제외)을 인수하며 시작됐다. HLB는 리보세라닙 글로벌 특허권을, 중국 판권은 항서제약이 확보하고 있다.
HLB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수익화를 추구하는 바이오 기업들과 달리, 리보세라닙 상엄화를 자체적으로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과정에선 수천억원의 자금 투입이 이뤄졌다. HLB 역시 리보세라닙 개발과 상업화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특히 위암과 간암 임상 3상이 본격화된 이후 연간 들어간 투자비는 1000억원 전후로 알려졌다.
HLB에 따르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리보세라닙 개발에 착수해 2019년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다. 2022년 3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FDA 신약 허가신청을 준비했다. 2023년 미국 FDA에 신약허가신청(NDA)를 완료하고, 지난해 5월 CRL(보완요구서한)을 통보 받았다. 신약으로 허가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당시 FDA의 지적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병용투여 약물인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에 일부 미비한 이슈가 있었다. 캄렐리주맙 공장의 생산공정 및 품질관리(CMC)에 문제가 있었다. 두 번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백인 환자 임상 사이트 실사(BIMO Inspection)가 진행되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이후 HLB는 서류를 보완해 지난해 9월 FDA에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에 대한 재심사를 신청했다. 또한, ASCO(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한 mOS(전체 생존기간) 데이터도 추가 제출했다. 최종 결과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 23.8개월로, 기존에 발표했던 22.1개월보다 연장됐다.
HLB는 FDA 승인을 받을 경우 2029년까지 미국 간암 1차 치료제 시장에서 과반 점유율을 확보하고,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HLB의 계획대로 리보세라닙이 FDA 신약으로 승인 된다면 유한양행 ‘렉라자’에 이어 두 번째로 FDA 허가를 받은 국산 항암제가 된다. 아울러 FDA 허가에 성공할 경우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를 통해 직판을 구상 중이다.
당초 HLB는 지난 5월 리보세라닙 FDA 허가를 확신하며, 미국 현지 영업인력 100명 이상을 뽑아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직판에 대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FDA로부터 CRL(보완요구서한)을 받아 품목허가 획득이 지연되면서 그동안 확보했던 인력의 상당 부분을 내보냈다. 현재 영업인력을 다시 채용하는 등 리보세라닙 현지 판매 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몇 가지 근거를 토대로 리보세라닙 미국 허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먼저 최근 미국 내 반중국 정서가 확산되면서 중국 제약사의 약물(항서제약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개발되는 리보세라닙에 대해 FDA가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중국인 등 아시아인 비중이 83%에 달하면서 백인 비중이 낮은 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FDA의 지적사항들을 보완했더라도, 미중 갈등이 더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미허가 신약에 대해 미국 규제기관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미지수”며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이 모두 미승인 신약이라는 점도 허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HLB 관계자는 “오는 3월 FDA의 결정을 앞두고 CMC 실사 통과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며 “만약 허가된다면 곧바로 미국 직판을 준비할 거고, 그와 관련해 현지 인력을 채용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