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근 1년 주가 상승률 30%대 그쳐···엔비디아는 186%↑
경쟁사 대비 AI 트렌드 뒤처진다는 우려에 상대적인 관심도 낮아져
지난해 10월 AI 시스템 내놔···올해 AI폰 교체 수요로 이어질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혁신의 아이콘 애플은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목록 상위에 꾸준히 들어있는 종목이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기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가 깃든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엔비디아나 테슬라, 메타 등 다른 빅테크 대비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애플에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애플 역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기기 자체 탑재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공개된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와 ‘챗GPT 통합’ 등 기술 도입이 애플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주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AI 시대 개화 속 존재감 옅어졌던 애플
1976년 스티브 잡스, 스티브 워즈니악, 론 웨인이 설립한 애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2007년 공개한 아이폰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 디지털 생태계의 기초를 닦았다는 점에서 혁신 그 자체였다. 이후 애플의 기기들은 대중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곳에 자리하면서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애플은 2011년 8월 오랫동안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던 에너지 회사 엑슨모빌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다. 이후 엑슨모빌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회사 아람코에 장시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큰 위협은 아니었다. 2010년대 이후 애플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애플 사랑도 컸다. 해외 주식 투자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애플은 국내 투자자의 주식 보관금액 상위 3위 안에 꾸준히 들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애플의 주식 보관금액은 48억5389만달러로 해외 주식 중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그러나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면서 애플의 존재감은 다소 옅어진 모습이다.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AI 시대가 개화한 이후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빅테크는 애플이 아닌 엔비디아였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 동안 186% 주가가 상승한 반면 애플은 3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6월에는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다.
일각에선 AI 시대에서 애플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오기도 했다. 애플이 경쟁사 대비 AI와 관련해 주목되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으로 AI 연산을 처리하는 최초의 AI 휴대폰 타이틀도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내줬다. AI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 속에서 애플이 리더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 AI 경쟁 본격적으로 시동···AI 아이폰 교체 수요 ‘주목’
올해는 애플에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AI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지적 속에 지난해 새로운 AI 전략을 꺼내든 상태다. 애플이 AI 시대에 새로운 혁신을 내보일 경우 기존에 쌓아온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다시금 시장 포식자로서 군림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선 애플은 지난해 10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긴밀한 통합’, ‘프라이버시 중심 설계’, ‘개인화된 AI 경험’을 앞세운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출시했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일정이나 메시지, 앱(APP) 사용 패턴을 학습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챗GPT와 같은 타사 AI와의 통합을 통해 음성 비서 기능도 강화했다. 챗GPT를 애플의 음성 비서인 ‘시리’에 탑재하면서 복잡한 질문이나 문제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인 것이다. 이 밖에 애플 디바이스 간의 연동성을 극대화해 애플 생태계 속에서의 AI 경험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자체 AI 칩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의 지난해 말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함께 2026년 양산을 목표로 AI 연산 처리를 위한 서버 칩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애플 생태계에서 AI 기능을 더욱 강화하고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플이 AI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일 경우 주가는 다시금 상승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전 세계 20억대 이상의 애플 디바이스에서 발생하는 사용자 행동이 AI 시대 속 애플의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평가해왔다. AI가 테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애플이 적어도 온디바이스 AI에서는 경쟁사 대비 유리한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경제매체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미국 증권사인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수년간 이어질 AI 주도의 아이폰 업그레이드 사이클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며 “소비자용 AI는 애플 생태계를 통해 확산할 것이고 향후 몇 년 안에 세계 인구의 20% 이상이 결국 애플 기기로 AI와 상호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자 애플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으로 분류된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본토에서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전년 동기 16%에서 14%로 떨어졌다. 중국의 애국 마케팅 영향에 애플 위주인 외산폰의 출하량이 급감한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규제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중국 아이폰에 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