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출생자 수 9년 만에 반등
정부, 출산 지원방안 지속적 마련 의지
탄핵정국에 저출생정책 차질 우려 제기
“일관된 구조개혁, 청년에 희망 줄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출생자 수가 9년 만에 반등했지만, 정책 효과를 논하긴 이르단 지적이 나온다. 오랜 저출생의 늪을 벗어날 신호가 보이지만 탄핵정국으로 적기를 놓치는게 아니냔 우려도 제기된다. 단기적 효과에 급급한 정책보단 구조개혁에 초점을 맞춰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청년들이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단 조언이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추산 주민등록 기준 출생인구는 전년(23만5039명) 대비 3.1% 늘어난 24만2334명으로 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출생자에서 사망자 수를 제외한 주민등록 인구는 11만8423명 줄며 2020년 이후 5년째 감소세가 지속됐으나 그 폭은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들었다.
정부는 전체적 인구는 감소했지만 출생 등록자 수가 증가한 것을 두고 긍정적 변화 조짐이 보인다고 봤다. 행정안전부 측은 “출생아 수 반전 추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관계부처가 협업해 양육환경을 개선하고 다각적 지원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출산율 반등이 나타나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난게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급여를 기존 월 최대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하고,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임신 12주 이내, 32주 이후 근로자로 대상을 늘렸다.
또 출산가구 대상 주택공급을 12만호 이상으로 확대하고, 신생아 특례 구입 및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은 3년 한시로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완화하는 등 수요자와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출산등록제와 보호출산제 도입에 이어 올해부터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실시하는 등 사회적 약자 가정에 대한 출생 지원도 강화했다. 정부 정책에 더해 기업도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출산휴가, 육아휴직, 출산격려금 등 결혼, 출산을 장려하는 방향의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만, 지난해 출산율 반등이 저출산 추세가 바뀌었다고 보긴 어렵고, 정부 정책 효용성 여부를 판단하기도 이르단 분석도 제기된다. 현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좀더 절박하게 다가가고 대책도 과감하게 내놓은 건 사실이지만, 저출생 관련 정책, 예산 강화가 출산율 상승으로 보는건 위험하단 지적이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출산율은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올랐다고 하기엔 너무 작다”며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일가정양립, 출산장려금 등 신혼부부들을 타깃으로 한 핵심적 정책은 효과를 보기 좋은 정책이었다. 다만, 출산까지 걸리는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이들 정책의 효과를 논하기는 현재로선 이르다”고 말했다.
출산율 하락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탄핵정국을 맞으면서 저출산 정책들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대응할 콘트롤타워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로 인구전략기획부를 부총리급으로 세울 계획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인구전략기획부가 만들어지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안,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당초 관련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지난달 인구전략기획부를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인구전략기획부 설립을 위한 논의는 탄핵정국으로 인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저출생 관련 정책들 또한 차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저출생 문제를 일관성있게 끌고 나가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단발성 정책이 효과를 봤더라도 구조적 개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단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저출산은 청년들이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 게 시작이다. 상황이 실제로 나아져야 한다”며 “집값이 떨어지고 사교육비가 없어져야 하며 청년이 좀 더 안정된 미래를 바라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단의 해법은 없다. 굉장히 오래갈 문제이며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저출생 문제를 두고 사업단위로 치우치는 경향이 엿보이는데 이를 경계하고 구조적 개혁을 할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단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