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망可, 삼성물산 1652가구·현대건설 849가구
삼성 “나선형 구조로 조망 사각지대 최소화”
현대 “스카이브릿지 통해 한강·남산·용산 조망”
‘실현 가능성·미래 가치 변화’ 놓고 조합원 의견 분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이 2주가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조합원들 사이에선 ‘한강 조망’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물산은 전 세대 한강 조망을 내세운 반면 현대건설은 한강 조망 가구 수가 적은 대신 한강변에 두 개의 스카이브릿지를 배치해 한강과 남산·용산 등을 조망할 수 있는 설계를 내놨다. 실현 가능성과 미래 가치 변화에 따라 조합원들의 선택도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18일 총회를 개최해 시공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 33층, 51개 동, 2331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곳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다른 구역에 비해 조합원 수가 적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한남뉴타운에서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상 공사비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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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주전엔 국내 1·2위 건설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전장을 냈다. 두 건설사가 정비사업에서 맞붙는 건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이후 17년 만으로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상징성이 큰 사업장인 만큼 저마다 차별화된 조건을 내세우며 막판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한강 조망권’ 확보 여부가 표심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남4구역은 한강변에 위치한 입지 덕분에 재개발 초기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조합이 제시한 기본 설계안에선 1059가구가 한강을 조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망권 가구 수의 차이는 단순히 조합원의 주거 만족도를 넘어 일반 분양 시 경쟁력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요소다”며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입주 후 거주 가치뿐 아니라 분양 성과에 따른 사업 수익성이 달린 만큼, 조망권 확보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건설사 모두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설계안을 제시했지만 세부안을 살펴보면 두 회사의 접근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래미안글로우 힐즈 한남’ 조감도 / 사진=삼성물산
‘래미안글로우 힐즈 한남’ 조감도 /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조망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모든 조합원에게 한강 조망권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설계안을 살펴보면 나선형 모양의 원형 주동 4개 동이 한강변에 배치된다. 정비사업 최초로 특허를 출원한 디자인으로 글로벌 설계사 유엔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이를 통해 1652가구가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조합안 대비 56% 더 많은 물량으로 조합원 1166명 모두 한강 조망 가구에 입주할 수 있다. 단지명은 ‘래미안글로우 힐즈 한남’이다.

반면 현대건설은 한강뿐 아니라 남산, 용산공원 등 다양한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설계안을 살펴보면 세계적 건축사무소 자하 하디드와 협업한 곡선형 설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5개 단지 위엔 300m에 달하는 스카이브릿지(동과 동을 잇는 구름다리)가 배치한다. 이를 통해 한강·남산·용산 등을 360도로 조망이 가능해진. 다만 한강 조망 가구 수는 849가구로 조합안보다 20% 적다. 단지명은 ‘디에이치 한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강의 곡선과 남산의 자연미, 넓게 펼쳐진 공원 등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한강변 새로운 랜드마크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두 건설사가 제시한 설계안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삼성물산은 원형 주동을 통해 한강 조망권 확보와 단지 내 차별화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30평대와 40평대에서도 한강 조망을 최대한 확보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선 원형 주동 설계의 경우 공사 난이도가 높아 공사비 증가 가능성이 있고, 세대 내부 평면이 곡선 구조로 인해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디에이치 한강’ 조감도 /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의 설계안은 독창성과 랜드마크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처의 디자인은 아파트 외부의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해 향후 상징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조합원들 사이에선 한강변 가까이 위치한 스카이브릿지로 인해 뒤편에 위치한 고층 세대의 한강 조망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스카이브릿지에 대한 현실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스카이브릿지 등 조망을 가로막는 구조물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동작구 흑석9구역에선 수주 당시 제안한 75m 길이 스카이브릿지 설치 계획이 서울시 반대로 무산됐다. 이 밖에 잠실주공5단지도 비슷한 이유로 스카이브릿지를 포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은 두 건설사의 기술력과 설계 독창성, 조합원들의 가치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한강 조망권이 핵심 요소이지만 조합원들은 사업 안정성과 장기적 가치 상승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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