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LP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일감확보
환율 급등기 ‘호재’, 선박 건조대금 달러로 받아 강달러에 수익성 증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 사진=한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 사진=한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의 올해 수주량이 중국의 4분의 1 수준임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수주를 진행한 데 더해 환율급등으로 선박 수출을 통해 많은 환차익(환율 변화로 얻는 이익)이 늘어나서다.

20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우리나라의 글로벌 수주량은 1092만CGT다. 전체 물량의 18% 규모다. 2016년 1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올해 중국은 4177만CGT를 수주해 6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약 4배다.

다만 낮은 수주량에도 국내 조선업계는 불안한 기색 없이 오히려 안심하고 있다. 선별수주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선박 위주로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초 제시한 수주목표도 대부분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수주목표치는 135억달러인데, 현재까지 206억달러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81억5000만달러를 제시했는데, 160억달러 수준의 일감을 따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목표치 97억달러의 70% 수준인 68억달러를 수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치 일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수주잔고를 늘리기 위해 저가물량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없다”며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LNG 및 LPG 운반선 중심으로 수주해 건조가 완료되면 고수익을 기록해 실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사진=삼성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 사진=삼성

다른 관계자는 “많은 조선사들이 도크가 다 차서 올해 목표치를 최대한 방어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안다”며 “뛰어난 기술 경쟁력으로 중국이 수주하지 못하는 고수익 선박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귀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 이후 급등한 환율도 조선업계에 호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어섰다.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이란 추가 악재가 겹쳐 환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조선업계는 고환율로 수혜를 얻는 대표 업종이다. 선박 건조 대금을 대부분 달러로 받아, 환율이 오를수록 수익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사들은 선박 계약을 맺을 때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대금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을 취한다.

이는 평상시에는 조선사에 다소 불리하지만, 환율이 급등기에 접어들어 계속 오르면 선박 인도 시기에 원화 환산액이 많아져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조선업계는 환율을 보수적으로 산정해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반영된 환율은 평균적으로 1200원대 중반이었는데, 1400원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향후 실적에 플러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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