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38호 국내개발신약 어나프라주 허가···수술 후 중등도에서 중증 급성통증 조절에 사용
1200억원대 국내 비마약 시장, 타이레놀·맥시제식 주도···비보존제약, 허가 대비 사전 마케팅
어나프라, 430억원대 마약진통제 시장 진입 여부 관심···보령·비보존제약, 공동판매 방안 검토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국산신약 38호로 지정된 비보존제약 ‘어나프라주’가 향후 출시되면 1200억원대로 추산되는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업계는 향후 마약성 진통제 시장도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보존제약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염산염)를 국내에서 개발된 38번째 신약으로 허가했다고 12일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어나프라주는 성인에서 수술 후 중등도에서 중증의 급성통증 조절을 위한 단기 요법으로 사용하는 의약품이다. 기존 마약성 또는 NSAIDs 진통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을 가진 치료제다. 비보존제약은 다중-타깃 신약개발 원천기술을 통해 발굴한 어나프라주가 세계 최초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라고 밝혔다.
글라이신 수송체2형(GlyT2)과 세로토닌 수용체2a(5HT2a)를 동시 억제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다중으로 발생하는 통증 신호와 전달을 막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비보존제약 관계자 A씨는 “임상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 ‘12시간 통증강도차이합(SPID 12)’ 및 2차 평가지표 ‘12시간 환자 자가통증조절(PCA) 요청횟수’, ‘12시간 PCA와 구제약물 소모량’을 통해 어나프라주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향후 어나프라주가 출시될 경우 국내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로 요약된다. 1200억원대로 추산되는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에서 중등도에서 중증까지 적용되는 진통제는 그동안 없었는데 어나프라주가 허가 받으며 주목받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통증 정도를 경증과 중등도, 중증으로 분류할 때 통증이 심한 중등도에서 중증을 대상으로 한 비마약성 진통제가 부재했고 경증 환자를 겨냥한 진통제가 시장 주류를 이룬 상황”이라며 “어나프라주가 출시되면 의사들이나 환자들로부터 객관적 평가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얀센 ‘타이레놀’과 경보제약 ‘맥시제식주’ 등이 적지 않은 비중을 점유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보제약이 2018년 도입, 판매를 개시한 맥시제식주는 3분기 누적 매출이 150억원대를 기록하며 올해 200억원 돌파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어나프라주는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물론 마약성 진통제 시장 일부도 진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중등도에서 중증까지 통증을 대상으로 한 것은 마약성 진통제 효과와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국내 마약성 진통제 시장규모는 430억원대로 추산된다.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주 허가를 받으면 급여로 출시할지 비급여로 출시할지 여부를 그동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비급여 출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비보존제약 동향에 정통한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그동안 회사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급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비보존제약은 어나프라주 허가에 대비해 올 7월 신약마케팅본부를 신설,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당장 비보존제약은 대형병원 약사위원회(DC) 통과 준비에 올인할 전망이다. 전문의약품은 DC를 통과해야 대형병원 처방이 가능하다.
비보존제약과 지난 4월 어나프라주 국내 판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한 보령 움직임도 주목된다. 현재 보령과 비보존제약은 향후 공동판매 방식을 논의 중이다. 어나프라주 영업은 양사가 공동 진행하고 유통은 보령이 담당하는 방식 등이 업계에서 거론된다. 결국 국내개발신약 어나프라주는 비급여일 경우 당장 내년 초 판매도 가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어나프라주 출시가 국내 비마약성 진통제와 마약성 진통제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