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자산 특성상 가격 변동성 즉각 나타나지 않지만 타격 불가피···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선례도
공급 대책 뒷받침할 법안 통과 기약없고, 수요심리 위축 확산 전망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국지적 위축이 시작된데다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재차 발의 등 국정 혼란에 따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장기화가 우려되는 영향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일 시장이 출렁이는 주식 등 금융시장과는 달리 부동산 시장은 계엄령 전후로 당장 눈에 보이는 차이는 없다. 다만 이는 부동산의 자산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즉각 드러나지 않는 것일 뿐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단기적으론 집값에 영향을 준 사례는 있다.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 당시 부동산 가격은 단기간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던 8년 전인 2016년 12월 전후 시기 아파트 가격을 살펴보면, 11월까지 전국은 0.16%, 서울은 0.23%씩 상승세를 이어오다 탄핵 정국인 12월에 하락 전환했다. 전국 실거래 아파트 매매가격이 0.33% 떨어졌고, 서울은 0.60%로 유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급격한 하락세는 해를 넘겨서까지 부동산 시장에 타격을 줬다. 2017년 1월에도 아파트값은 전국이 0.31%, 서울은 0.28% 내린 것이다.

당장 아파트 시황뿐만 아니라 그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주택공급대책에도 제동이 걸릴 게 예상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주택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치를 내놓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특히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올해는 1·10 대책, 8·8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1기신도시 선도지구를 발표하면서 30년 연한을 넘은 정비사업 활성화를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같은 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할 주요 법안의 국회 통과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폐지되고 각종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공사비가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효선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그동안 정부는 수요보다는 공급 쪽에 무게를 두고 1기 신도시 및 도심 노후화 재정비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정부 정책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주택 공급 여건도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공급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법안은 통과가 어렵고 수요자의 심리는 위축됨에 따라 공급의 주체인 건설사 역시 분양을 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돼버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리스크로 지목되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면, 이로 인해 집단대출 허들 강화 등 금융정책이 보다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다. 결국 공급자는 분양일정을 무기한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부족한 주택공급이 더욱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 공급, 수요층 모두 행동이 올스톱되고 정국의 변화만 예의주시하는 상황에서 얼어붙은 분위기는 단기간 지속될 게 전망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은 정치·경제 불안정 확산으로 신축 공급이 줄고 구축 매물은 매도자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즉각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가 안 이루어지고 호가가 낮아지면서 전국적 약보합세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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