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탄핵 추진에 정국 격랑···연말 대목 자영업·소상공인 ‘직격탄’
배달수수료 지원 등 정부 정책도 차질···수장 이탈에 관료조직 ‘동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 장사는 끝났네요.”
비상계엄령 사태 여운이 가시지 않은 4일 저녁 서울 송파구의 한 중식전문점. 평소 손님으로 북적일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자리가 텅텅 비었다. 가게 주인 A씨는 “계엄령 때문에 나라가 어지러운데 연말 분위기가 나겠나. 제일 피해자는 우리같은 자영업자”라며 한숨을 쉬었다.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내수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연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고, 정부 지원대책 또한 연기되는 분위기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철회했지만 정국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 공동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7일 오후 표결에 부칠 예정이고, 전국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비상계엄, 탄핵 등 정치 현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그간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내수경기에 더욱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원래라면 크리스마스와 연말 등 최대성수기를 맞아 대목을 기대해야 할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정치 이슈로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식음료업을 하는 자영업자 추 모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료값이 엄청 올랐고, 경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돈을 쓰지 않아 가게 운영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즌이 겨울인데 계엄, 탄핵 얘기가 나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주변 커피숍에서 일하는 B씨는 “계엄령 선포 얘기가 나오던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게 뭔일인가 싶었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촛불집회도 계속될 것 같은데 장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가늠은 잘 안된다. 박근혜 탄핵 당시 이쪽은 매출이 크게 올랐다곤 하더라”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정책이 차질을 빚을 조짐이 보이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2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영업,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약속했다. 배달수수료를 영세업체 중심으로 3년간 30% 이상 내리고, 모든 전통시장은 0%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노쇼 방지책과 악성 리뷰 상담센터 설치 등도 언급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정책 마비 조짐이 엿보인다.
당초 정부는 4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 여파로 취소됐다. 이 자리에선 민생토론회에서 논의된 생업 4대 피해 구제와 지역 상권 활성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취약 소상공인의 금융안전망을 강화할 구체적 방안을 토의할 예정이었다.
또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할 대통령실과 부처 수장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하면서 정부 내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계엄령을 계기로 정부 내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몸을 사리는 경향이 강해졌단 것이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 특성상 이번 계엄령으로 인해 관료들이 몸사리는 분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부처 수장들이 다 떠나겠다고 하고, 대통령은 탄핵 될 상황이며, 다음엔 이재명 정부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는데 지금 적극적으로 일할 마음이 들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