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증대 따른 투자 심리 위축 예상
경제부처‧협회, 시장 상황 주시‧대책 마련
민생법안 지연‧신뢰도 하락 등 직‧간접 영향
[시사저널e=이창원 기자]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강화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 기업 등의 경우 투자 환경이 더욱 위축되고,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지 않을지 현재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4일 주요 경제부처와 경제인단체 등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 변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은 이날 예정됐던 일정들을 취소하고, 현 상황 점검과 함께 대응‧대책 방안 등 마련에 나섰다.
점검 결과 현재까지는 각 산업별 특별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향후 국내 경제에 미칠 장‧단기적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주요 경제부처들의 인식이다.
경제부처 한 관계자는 “실물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정책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각자가 체감하는 불확실성의 증가 정도가 향후 국내 경제 영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경제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24시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관계기관과 함께 철저히 챙기겠다”며 “국제신용평가사, 미국 등 주요국 경제 라인, 국내 경제단체, 금융 시장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등은 별도의 입장은 내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비상계엄 사태’ 후속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 협회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각 기업들은 불안정한 정치권 상황으로 예상되는 직‧간접적 악영향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갖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침체된 내수 시장 회복이나 2기 트럼프 행정부 등 통상 변화 관련 정책 대비가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며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소‧소상공인‧벤처 기업들에 대한 지원 등 민생 법안들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막막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의 경우 보다 큰 우려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투자 시장이 크게 경색됐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투자자‧투자사들의 투자 심리가 또 한 번 위축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해외에서 바라보는 국내 시장에 대한 불안정성, 불확실성 등은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매우 민감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스타트업의 궁극적인 ‘미션’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은 국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해외 인재 영입 등에서도 마이너스 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미 주요 해외 국가들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자국민 보호 조치도 시작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이날 ‘한국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미국 시민을 위한 지침’을 발령했고, 영구 외무부, 주한 일본대사관 등도 한국에 거주 중인 자국민들에게 주의 사항 등을 공지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의 경우 비자, 여권 발급 관련 면접을 취소했고,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확대했다.
또 외신들도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 한국과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는 점차 낮아질 가능성도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국내 경제의 부정적 효과가 단기‧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국내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지만 비상계엄이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시장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나정환·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한국 이슈 코멘트: 국가 계엄령 선포와 해제, 팩트와 향후 영향’ 보고서에서 “비상 계엄령 선포 이슈가 빠르게 해소돼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며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해당 이슈가 빨리 해소된 만큼 주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