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고관세 부과 이유 분석, 미국과 중국간 외교이슈···미국서 비마약성 진통제 관심 고조
비보존제약, 어나프라 허가 신청 후 1년 대기···비보존 “허가 획득 시 미국서 임상 재개”
‘수술 후 통증’ 중 복부성형술과 무지외반증 3상 전망···비보존제약 “새 임상디자인으로 진행”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에 대한 경계령이 미국에서 강화되며 외교 이슈로 부상하는 가운데 조만간 국내 허가 여부가 결정되는 비보존제약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가 미국 임상을 재개할 지 주목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이 개발한 의약품이다. 참고로 펜타닐은 성분명이다. 제품명은 ‘듀로제식’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되는데 펜타닐은 마약에 속한다. 10여 년 전부터 국제우편 등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펜타닐은 두 나라 외교 이슈로 거론돼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첫 임기였던 2017년 10월 오피오이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2018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에서 펜타닐 규제 강화를 요청한 바 있다.
결국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대미국 직접 수출을 자제하고 멕시코에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돼 유통된다는 게 미국 정부 판단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유입 경로가 일부 완화됐을 뿐 펜타닐로 인한 피해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실제 2022년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미국에서 11만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되며 18∼49세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미국과 인접한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 중국에도 고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주요 이유 중 하나로 펜타닐을 거론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대신 비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추세다. 참고로 미국 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펜타닐과 먼디파마 ‘옥시코돈’이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옥시코돈은 성분명이다. 제품명은 단일제가 ‘옥시콘틴’, 복합제가 ‘타진서방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비마약성 진통제는 적지 않은 종류의 약물이 있다. 여기에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의 비마약성 진통제 신약후보물질 ‘수지트리진’ 허가가 올 2분기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신청된 것으로 파악돼 주목받는 상황이다. 수지트리진은 2025년 1월 허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수지트리진이 FDA 허가를 받아 출시될 경우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현 단계에서 정확한 예상이 힘들다”면서도 “해당 제약사가 공개한 임상 결과가 긍정적이고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가 이슈로 부상한 현실에서 신약이 주목받는 상황은 맞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비보존제약이 개발, 허가 여부 결정을 기다리는 비마약성 진통제 어나프라(성분명 오피란제린)가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를 신청했던 어나프라는 허가 여부 결정에 1년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비보존제약이 과거 중단했던 어나프라 미국 임상을 재개하느냐 여부다. 회사에 따르면 어나프라 핵심 적응증은 ‘수술 후 통증’이다.
이중 복부성형술에 대한 임상은 미국에서 3상을 완료했다. 반면 무지외반증 임상은 미국에서 3상을 진행하던 중 코로나19로 일시 중지한 상태다. 복강경 대장절제술 임상은 한국에서 3상을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비보존제약 관계자 B씨는 “한국에서 허가를 획득할 경우 어나프라 임상을 미국에서 재개한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라며 “단, 새로운 임상 디자인으로 다시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복부성형술의 경우 새로운 임상 디자인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 임상 3상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코로나로 중지됐던 무지외반증 임상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환자 모집부터 다시 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어나프라 미국 임상을 들여다보면 복부성형술 임상 3상에서 1차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한 것이 파악된다”면서 “비보존제약은 1차 지표 실패 원인을 연구해 이를 새롭게 반영한 임상 디자인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비보존제약이 어나프라 미국 임상에 주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 진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로 글로벌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오는 2030년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결국 이르면 이달 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발표될 어나프라 허가 여부가 향후 미국 임상 재개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만약 허가를 획득할 경우 미국 임상이 재개돼 업계 관심이 쏠릴 가능성이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