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전환우선주 자본 분류…자본잠식 우려 해소
‘이중항체 ADC’ 개발 포부···1400억원 투입해 임상 준비
"2025년까지 3개 파이프라인 임상시험 IND 신청할 것"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올해 7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한 전환우선주(CPS)를 ‘회제이-00094 질의회신’에 따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로써 대규모 부채 인식에 의한 자본잠식과 상장폐지 우려를 걷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에이비엘바이오가 신약 연구개발(R&D)에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이비엘바이오 재무구조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에이비엘바이오 재무구조 현황./ 표=김은실 디자이너

◇ 1400억원 부채→자본으로 인식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에이비엘바이오는 감사인의 검토 또는 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가 포함된 3분기 분기보고서를 공시했다. 해당 분기보고서 작성 시 에이비엘바이오는 전환우선주 1400억원을 부채로 분류하고, 390억원을 평가손실로 인식했다.

상장사에 적용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 상 전환가액 조정(Re-fixing) 조항이 있을 경우, 전환우선주를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일에 의무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우선주는 유동부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기재정정 전 공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이비엘바이오는 전환우선주 1400억원을 부채로 분류했다. 390억원은 평가손실로 인식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은 94.18%로 집계 됐다. 내달 말까지 재무 구조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형식적 상장폐지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빗발쳤다.

다만 삼정회계법인과 ‘회제이-00094’ 적용 관련 협의 끝에 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인식해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받았다. 금융감독원 질의회신 회제이-00094는 전환가격 조정 조항으로 발행주식의 수가 변동되더라도 시가 조정 등의 경우 전환권을 자본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회제이-00094 적용 관련해 전환우선주를 자본으로 인식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돼, 분기보고서를 수정해 정정 공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 1400억원 유증 배경된 '이중항체 ADC' 개발

앞서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며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ADC는 개발 비용이 기존 합성의약품보다 월등히 높은 분야로 알려진다.

대규모 연구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만큼 지난 7월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KDB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하나금융그룹,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상환 의무가 없는 전환우선주 577만8196주를 기준 주가 대비 2.45% 할증된 주당 2만4229원에 발행했다.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1년간의 보호예수를 받고 있다.

이중항체 ADC는 표현 그대로 이중항체와 ADC를 결합한 개념이다. 이중항체는 서로 다른 두 세포에서 나온 두개의 항원을 인식해 타깃하는 항체다. 단일 항체 대비 장기 효능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성도 뛰어나 다양한 약물과 병용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 ADC의 장점으로는 항원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체에 강력한 치료 효능을 지녔다는 점이다. 단점은 강력한 효능 만큼 독성도 비교적 높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ADC로 이중항체 ADC가 꼽히고 있다. 이중항체 신약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에이비엘바이오 입장에서, ADC 분야에 회사의 연구개발 능력이 결합될 경우 시장의 선두주자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 이중항체ADC 3개 파이프라인 집중 투자

에이비엘바이오는 회계적 이슈가 해소된 만큼 기존 목표대로 이중항체 ADC 신약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상용화된 이중항체 ADC는 없다. 대부분 초기 임상 단계에 있어, 빠른 임상시험 전개로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025년까지 최소 3개의 이중항체 ADC에 대한 임상시험 신청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는 ‘ABL206’과 ‘ABL209’, ‘ABL210’ 총 3가지가 대표적이다. 타깃 항원은 아직 비공개다. 다만 다양한 적응증에서 단일항체 ADC 대비 우수한 효능들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ABL206은 비소세포폐암과 난소암, 삼중음성유방암을 적응증으로 두고 있다. ABL209의 적응증은 폐암과 췌장암, 식도암, 대장암 등으로 알려졌다. ABL210은 결장암과 식도암, 위암, 두경부암, 방광암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에이비엘바이오 관계자는 “ADC 임상은 에이비엘바이오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에이비엘바이오USA에서 주도할 계획”이라며 “지난 7월 진행한 유상증자로 확보한 1400억원 모두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투입된다는 계획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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