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단행
적자 지속···유신열 대표, 비상경영TF 신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방한 외국인 수는 과거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면세점을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황 부진이 길어진 탓이다. 신세계면세점은 희망퇴직을 단행해 조직을 슬림화,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18일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29일까지 근속 5년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신세계면세점은 근속 10년 미만은 기본급의 24개월 치를, 10년 이상은 36개월 치를 지급한다. 유신열 신세계면세점 대표를 포함한 임원 7~8명은 이달부터 급여 20%를 반납키로 했다. 임원 급여 반납은 지난 202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유 대표는 2020년부터 신세계디에프를 이끈 인물로, 역대 신세계디에프 대표 중에서 최장수 대표로 꼽힌다. 그는 그동안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을 재편해 2022년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업계 홀로 매출이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을 공지하면서 “경영 상황이 점점 악화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비효율 사업과 조직을 통폐합하는 인적 쇄신은 경영 구조 개선의 시작점이자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이어 “영업구조 변화에 맞는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인력 축소를 검토할 수밖에 없었고 무거운 마음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팬데믹에 이어 중국 경제 둔화와 고환율, 소비 트렌드 변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 경영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면세점 업황이 길어지고 있단 것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업황 부진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1조9165억원, 영업익 868억원을 냈다. 면세 할인 구조 변경과 인천국제공항 매장 순차 오픈에 따른 비용이 더해지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44.3%나 감소했고, 영업익은 813억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4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늘어났지만 영업손실 4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면세점 업황 회복을 위해선 외국인 방문객을 대거 유치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46만4300명으로, 2019년 9월(145만9664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대신 CJ올리브영, 무신사를 찾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면세점 방문객수는 줄어들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은 602만명으로, 2019년(2002만명)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외국인 단체관광객 비중이 높았지만 요즘은 개별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한 브랜드보다 인디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CJ올리브영이나 무신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들의 실적 개선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천공항 임대료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면세점은 2020년부터 4년간 코로나19 피해업종으로 인정되면서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50% 감경 혜택을 받아왔다. 특허수수료는 매출액에 따라 0.1~1% 수준을 이듬해 3월까지 내게 돼 있다. 영업적자가 커져도 매출이 늘었다면 내야 하는 돈은 더 늘어나는 구조다.
인천공항이 기존 고정 임대료 대신 여객수를 기준으로 임대료 부과 기준을 바꾼 것도 면세업계 입장에선 부담이다. 그동안은 면세점이 인천공항 확장 공사 등으로 임시 매장을 운영해 매출과 연동된 임대료를 내왔지만 정식 매장 오픈 이후엔 공항 이용객수에다 입찰 과정에서 업체별로 써낸 투찰금액을 곱해 임대료를 내야 한다.
업계에선 정식 매장 전환이 모두 이뤄진다면 신세계면세점이 부담할 임대료는 4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을 각각 낙찰받아 7월 인천공항에 입점했다. 신라·신세계가 전체 면세 구역 70% 이상을 차지하는 DF1~DF4를 나눠 가졌고, 현대면세점은 DF5만 확보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출국한 여객수는 약 3529만명으로, 신세계면세점 투찰 가격을 이 수치에 적용하면 신세계면세점이 부담할 임대료만 4068억원에 달한다. 신세계디에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0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인천공항 정규 매장 운영 면적이 늘어나면 임차료 증가 영향으로 면세점 부진은 4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4분기 면세점 적자는 197억원, 연간 286억원까지 확대돼 전사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유신열 대표는 신세계디에프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비상경영TF는 국내 면세점의 소비자가 단체가 아닌 개별자유여행객으로 급격하게 변화화면서 바뀐 영업환경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자 조직됐다. 현재 TF가 출범한지 초기 상태란 점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고객 경험’을 키워드로 체험 콘텐츠와 MD 강화를 통해 매출을 확대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