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캐시카우 롯데면세점, 희망퇴직 돌입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 축소 운영 결정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그룹이 지속 성장 가능한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 가운데 업황이 부진한 롯데면세점을 중심으로 칼을 빼들었다. 국내 면세점 업체 가운데 롯데는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는 인력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면세점의 실적 개선을 일구겠단 계획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비상 경영 체제를 검토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의 관리 강화 등을 강조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했다. / 사진=롯데면세점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가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했다. / 사진=롯데면세점

신 회장은 올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롯데그룹 경영방침으로 기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 4가지를 꼽은 바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이번 달 말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신속 대응하겠단 이유에서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만 43세 이상 중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 혹은 동일 직급 장기 체류자다. 신청자에겐 통상임금 32개월치와 재취업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코로나 이후 힘든 시간을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견뎌왔지만 고물가와 고환율,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성장이 멈췄고 수익성은 악화됐다”면서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선제적인 비상 경영체제 전환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고강도 사업부 구조개선을 통해 경영 효율을 제고’와 ‘상품 원가와 경쟁 비용을 통합 관리해 수익구조 안정화’를 꼽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내실을 도모하기 위해 특별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면서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힘써온 롯데면세점 구성원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올 1분기 매출 81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279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롯데면세점은 2022년만해도 매출 5조원을 찍었지만, 지난해부터 3조원으로 급락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면세점 최근 5년간 매출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롯데면세점 최근 5년간 매출 추이. / 표=정승아 디자이너

호텔롯데 IR 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69.4%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지만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올 1분기 0.9%에 불과했다. 지난해 1분기 EBITDA 마진율이 8.3%였다.

국내 주요 면세업체 가운데 롯데면세점은 가장 많은 점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에만 소공점, 월드타워점 등 7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반면 경쟁사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 3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희망퇴직과 함께 롯데면세점은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 면적 축소도 결정했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은 중국인 관광객 증가 및 월드타워 방문객 증가에 따라 2017년 6월 4599㎡(약 1391평) 규모로 확장 오픈했다. 타워동 매장은 월드타워점 전체 면적의 약 35%를 차지하며 지역 특산물, 중소기업 상품 등을 판매 중이다.

일각에선 롯데면세점의 수익성 악화 이유로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실패를 꼽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인천공항 입찰에서 탈락하며 인천공항서 철수한 바 있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시내와 온라인, 해외면세점으로도 면세점 1위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반면 공항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72.2%나 늘었다. 또 국내 면세점 방문 외국인은 8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나 급증했지만 매출은 3% 늘어나는데 그치며 되려 객단가가 크게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명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에 관심을 보이며 서울 명동·홍대 상권의 로드숍으로 몰리는 영향도 컸다.

신동빈 회장은 올 초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선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롯데는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을 론칭시킨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을 책임지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만큼, 계열사 이동이나 사업 철수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롯데면세점의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조직 슬림화, 비상 경영 체제를 돌입시켜 경쟁력을 키워보겠단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반적으로 국내 주요 면세점 업황이 좋지 않지만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 철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면세점은 외국인들의 매출 확보가 중요한데, 요즘 트렌드는 면세점 대신 로드숍 또는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희망퇴직, 월드타워점의 점포 축소 운영이 롯데면세점 실적 개선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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