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신규 호위함 프로젝트, 일본·독일에 밀려 탈락
현대重·한화오션, KDDX 사업으로 깊어진 갈등
정부, 중재자 역할 자처···“원팀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목표”

한화오션의 1800톤(t)급 유관순함. / 사진=한화
한화오션의 1800톤(t)급 유관순함. / 사진=한화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10조원 규모의 호주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참패를 당했다. 일본·독일은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나서 일감을 따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자도생’으로 참여해 일감 확보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한국 역시 원팀을 꾸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최근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의 신규 호위함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밀려 탈락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일본·독일은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나서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맞소송을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힘을 합치지 못했다. 서로 헐뜯기에 바빠 국가 체제로 응집력을 모은 일본·독일에 밀린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우리 해군이 추진하는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을 두고 법적 분쟁을 계속하는 중이다. 수 년째 수사나 판결 결과가 명확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두 조선사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불화가 해결되지 않으면 수십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부는 국내 대표 조선사의 다툼이 국가 경쟁력 약화라는 악재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다른 글로벌 프로젝트에 ‘원팀’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 관련 기관은 대형 사업수주와 관련해 수출 지원은 물론 기업별 협력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방위산업은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견제가 심화되고 있어 대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원팀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호주 실패를 거울 삼아 캐나다와 폴란드, 필리핀 등 3개국이 발주하는 함정 일감 확보에 ‘원팀’을 꾸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3000톤(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할 계획이다. 향후 러시아와 중국 등에 맞서 북극권을 방어하기 위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순수 사업비 및 후속 군수지원까지 합하면 총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총장은 최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잠수함 사업에 관한 각 조선소의 입장을 확인했다. 아울러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이 가능한지 파악했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독일, 스페인, 스웨덴 업체가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산 사업은 국익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 및 관련 업계와 힘을 합쳐 해외 물량을 수주하는 데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이라며 “한화오션과의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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