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원산지 규제 변동 가능성 커져
현지 사업 활성화·공급망 다변화 등 대응 필요
트럼프 후보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 두 번째 집권으로 글로벌 시장 우려가 현실화했다. 특히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해졌다. 지난 대선에서 집권에 실패하였다가 재집권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면 각료 임명, 정책 시행 등에서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초기 1년 정도 더디게 진행되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재집권 이후 기존 시행착오를 초기부터 재정립해 진행하는 만큼, 앞으로 4년이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 후유증도 길게 갈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방향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규정은 무시하고 ‘세계의 경찰’을 포기하며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선두주자로 움직이다 보니 수출 지향적인 우리나라에게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자동차 산업에 있어선 우선 친환경차 정책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취임 직후 전기차 의무 판매제를 없애고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정책을 완전히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내 친환경차 활성화에 제동이 걸린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조지아 전기차 공장 준공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였는데, 앞으로 이곳에서 생산할 전기차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우려를 감안해 조지아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고려하는 등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물론 현지 생산한 신차는 보조금을 적용받지 못하더라도 타사 모델과 같은 여건 속에서 마케팅 등을 통해 다양한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산 수출 모델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트럼프 선거에 올인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게 보이지 않는 특혜 정책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모두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는 것은 아닌 모양새다. 테슬라 전기차의 현지 독주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가성비를 높인 전기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을 앞세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품질을 확보한 3000만원 초반대 저가형 전기차의 보급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미국, 중국 간 경제 갈등이 더욱 커져 대(對)중국산 차량 견제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멕시코 우회 수입도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이 미국에서 중국 제품 확산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중국산 배터리 등에 대한 장벽이 높아지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개정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트럼프의 국정 기반은 이 법을 폐기하는데 있다. 상원·하원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법이 개정되면 보조금 정책은 폐기되고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세제해택 감소나 폐기도 염두에 둬야 한다. IRA 관련 조항 중 해외우려집단(FEOC)의 수정도 예상된다. 규정이 더욱 까다로워져 중국산 원료 제재가 강화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제조사 배터리에 지장을 주면 미국 기업의 전기차 제작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트럼프가 친환경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제도 강화를 단행할 수 있다. 공급망 다변화 강화 등 확실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네 번째로 기존 내연기관차의 회귀다. 미국이 탄소중립 관련 정책을 후퇴시키면 글로벌 시장도 뒤처지고 지구 온실가스 저감 목표 달성이 늦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지닌 한국이 타국에 비해 손실 가능성이 크다.
다섯 번째로 대미 무역 흑자 문제다. 최근 대미 흑자가 규모가 커지고 있어 트럼프 후보의 보편적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확대됐다. 한국 정부가 대미 흑자를 줄이고자 미국산 석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에 대한 견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그룹의 대미 흑자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고 점유율도 10%를 넘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투자, 현지 사업 활성화 등을 통해 대비하는 중이다.
미국 트럼프 2기 개시로 인한 악영향이 크게 보이지만, 냉정하게 판단하고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단점을 장점으로 회귀시킬 기회도 늘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