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법인 합병비율 1대 0.043으로 상향 조정
금감원 지적에 가치 산정방식 개선···밥캣 몸값 끌어올려
두산에너빌 100주 보유하면 두산로보틱스 4.33주 받아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사옥. / 사진=두산에너빌리티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사옥. /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과 관련해 양사 합병비율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1대 0.031이었던 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합병비율을 1대 0.043으로 상향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업구조 개편안이 다소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개인 투자자와 금융당국의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합병 비율이 조정되면서 무산됐던 그룹 사업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1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의결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낸 뒤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두 회사는 이사회가 끝난 뒤 이날 오후 공시를 통해 재산정된 양사 합병비율을 밝혔다.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은 기존 1 대 0.031에서 약 30% 오른 1대 0.043으로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현재 100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합병 시 받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기존 3.1주에서 4.3주가량으로 1주 이상 늘어난다. 받을 수 있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은 기존 75.3주에서 88.5주로 증가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신설부문의 합병가액은 2만9965원으로 조정됐다. 당초 합병가액(1만221원)보다 약 세 배가량 많게 산정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은 지난 8월 말 금융당국 압박 끝에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는 사업구조 개편안 추진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양사 합병비율을 1 대 0.63으로 산정했다.

이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지나치게 저평가해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내는 ‘알짜’ 두산밥캣과 보유자산이 4000억원대에 불과한 두산로보틱스의 실적과 자산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합병비율은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두산밥캣 지분 소유 신설법인으로 분리한 뒤 이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안은 철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설법인과 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은 여전히 도마에 올랐다. 금감원도 두산의 합병 방안을 담은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두산 측 법인 가치 평가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두산에너빌리티 4대 주요 신사업.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두산에너빌리티 4대 주요 신사업.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양사 합병비율이 다시 산정되면서 금융당국의 연이은 제동도 멈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이 지적한 기존 가치 평가방식을 개선하면서다. 두산그룹은 이날 이사회에서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로 변경했다. 또한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가치도 몸값에 포함시켰다. 소액주주가 가져갈 이익이 커지면서 대주주를 위한 사업 재편이란 비판도 수그러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재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에 주식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를 비롯해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9.82%, 1.28% 오른 7만1600원, 4만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두산에너빌리티는 0.98% 오른 2만650원을 기록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업 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 사 주식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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