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가처분 신청 인용할 정도로 소명되지 않아”
“자본시장법·상법 위반 아니고, 배임도 단정하기 어려워”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일정대로···성공 시 지분율 격차 크지 않아
국민연금 7.83% 지분율이 ‘캐스팅보트’ 될 듯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2차로 낸 가처분 신청이 또다시 기각됐다.

법원은 영풍 측의 신청은 만족적 가처분(본안 소송과 실질적 내용이 같음)으로 고도의 소명이 요구된다며, 영풍 측의 주장처럼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자본시장법 및 상법을 위반했다거나 고려아연의 정관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가 매입이 배임이라는 영풍 측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현재 단계에서 배임을 단정할 수 없다며 물리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1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 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하자 영풍 측이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취득한 자기주식을 전부 소각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를 할 계획이다.

법원은 현 단계에서 가처분을 할 정도로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및 상법 규정 어디에도 채권자의 주장과 같이 ‘자기주식취득가액의 한도를 계산할 때 회사가 임의로 적립한 임의준비금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주주총희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고가’ 자기주식 취득이 업무상 배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본안에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면서 “고려아연의 적정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히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상법 및 자본시장법은 자기주식 취득 목적에 관한 제한은 존재하지 않고,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선행 공개매수가 있었던 경우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의 목적에 경영권 방어가 포함돼 있더라도 이 사건 공개매수가 바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신청은 각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한다”라고 결정했다.

◇ 고려아연 23일까지 공개매수 진행···경영권 분쟁 ‘장기전’ 돌입

이날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최대 15.5%를 공개매수 하는 방법으로 취득한 뒤, 이를 전부 소각한다.

고려아연은 이날 법원의 기각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풍 측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리며 일시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하지만 23일까지 이어지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양측은 유사한 지분율(고려아연 지분율 36.49% 추정)을 갖게 된다.

양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임시주주총회까지 표 대결을 두고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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