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실장 임명, 13개월 만에 복귀···인구아동국 등 3국 총괄, 동기 중 세 번째
보험급여과장 등 요직 섭렵, 외부파견 등 우여곡절···첨단의료지원관 역임 후 작년 9월 여당行
솔직한 성격으로 직원 평판 우수, 지인 도움도 받아···업무 파악 후 실장 본격 수행 전망

그래픽=시사저널e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그동안 유력 하마평이 돌았던 은성호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결국 보건복지부 실장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복지부를 떠나 여당으로 간 지 13개월 만이다.

12일 복지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은성호 수석전문위원의 복지부 실장급 임용과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 임명을 재가했다. 발령 날짜는 14일이다. 앞서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은 실장은 11일 사무실 짐을 정리하고 여당을 떠났다. 은 실장은 4살 때 상경,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터를 잡은 사실상 서울 사람이다. 1967년생인 그는 서울고(38회)와 서울시립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8회에 합격하며 관가에 입문한 은 실장은 복지부에서 3대 과장으로 꼽히는 보험급여과장에 이어 공공의료과장,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파견, 지역복지과장, 복지정책과장, 사회서비스정책과장, 읍면동 복지허브화 실무추진단장,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부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파견,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노인정책관, 첨단의료지원관을 역임했다.

사무관 시절 건강보험 업무를 많이 했으며 과장 이후 보건의료와 복지 업무를 두루 맡아 진행했다. 비교적 인물이 많은 복지부 행시 38회에서 그는 전병왕 전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김혜진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3번째로 실장을 달았다. 은 실장은 곧은 인품과 소탈하고 솔직한 성격으로 직원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익명을 요청한 관가 관계자 A씨는 “다른 고위직은 국민만 생각하며 승진과 보직에 관심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은 실장은 솔직하게 인간적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은 실장 경력만 보면 공직생활에서 승승장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그는 핵심 보직인 보험급여과장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바 있다. 최근에는 2년 넘는 보험급여과장 근무자도 배출되는 상황에서 당시 여성 우대 인사로 단명에 그친 것은 아쉽다는 지인들 분석이다. 관가 관계자 B씨는 “제약사와 접촉이 많은 보험약제과장은 이해하지만 일률적으로 핵심 과장을 여성으로 교체한 것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은 실장 불운은 여기서 출발했다”고 회고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선후배와 업무경험을 공유해야 할 시점에 외부 파견이 많았던 것도 은 실장 승진이 늦었던 이유 중 하나다. 대구경북첨단재단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파견이 대표적 사례다. 문재인 정부 시절 행시 동기인 이형훈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추천으로 청와대에 파견된 것은 은 실장 경력에 숨통을 트인 요소다. 

관가 관계자 C씨는 “현 정부 출범 후 은 실장이 복잡한 사정으로 힘들어하다가 지난해 9월 여당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복지부에 비해 일이 적고 자유로운 여당 분위기에 적응하면서 그가 재기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유일하게 여당 근무에서 어려웠던 점은 복지부 담당과에 자료를 요청하며 이름을 밝혀도 그를 모르는 젊은 직원들이 많았다는 점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외부 파견이 많았지만 그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은 여러 번 개편을 거쳐 현재는 인구아동정책국과 노인정책국, 사회서비스정책국으로 구성돼있다. 은 실장은 과거 저출산고령위원회에 파견돼 인구아동정책국 업무 일부를 담당했고 노인정책국 업무에 능숙하며 사회서비스정책국 업무만 구체적으로 파악하면 되는 상황이다. 관가 관계자 D씨는 “신임 실장 임명을 앞두고 업무보고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은 실장은 보고 자체가 필요 없는 분”이라며 “그동안 경력을 감안하면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장에 가장 어울리는 관료가 은 실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청와대 선임행정관 임명에 앞서 인사검증을 받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 검증도 무사히 통과했지만 은 실장 지인들은 한때 마음을 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가 관계자 E씨는 “직업관료 숙명이긴 하지만 전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은 때에 따라선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여당 근무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 실장 재산이 많긴 하지만 검증에서 문제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요직도 경험했지만 적지 않은 외부 파견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은 실장이 향후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을 총괄하며 수행할 업무가 산적한 상황이다. 그가 어떤 형태의 리더쉽을 발휘하며 실장으로 근무할지 복지부 직원들이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