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대표 최근 사임, 봄부터 퇴진 하마평···9월 초 영입 신유석 사장이 김 대표 역할 수행
베트남 점안제 공장, 최근 GMP 인증 받아···미국과 유럽 GMP 2026년 말까지 인증 여부 핵심
글로벌 신뢰도 위해 CDMO 수주 계약 필수···안과·CNS 위주 매출, 올해 2000억대 진입 예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단독경영에 나선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가 향후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특히 회사 사활이 달려 있는 베트남 점안제 공장 가동을 허 대표가 원활하게 진행할 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해왔던 김상진 삼일제약 대표가 지난달 30일 사임했다. 이에 2021년 3월 출범했던 허승범, 김상진 각자대표 체제가 허승범 단독대표체제로 변경됐다. 2018년 삼일제약에 영입됐던 김 전 대표는 당시 연매출 940억원대에서 올해 2000억원대 진입이 예고된 업체로 성장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앞서 삼일제약은 지난달 초순 신유석 前 동아에스티 해외사업부장을 영업 및 마케팅 부문 총괄 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의 서울대 약대 후배인 신 사장은 김 대표가 수행했던 역할을 대부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김 전 대표는 올 봄부터 퇴진 하마평이 확산됐는데 신 사장 영입 후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뗀 것으로 분석된다”며 “향후 신 사장이 대표로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삼일제약 경영 기조를 강화하며 현안 해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00억원 이상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베트남 점안제 공장은 향후 삼일제약 경영을 좌우할 상수로 평가 받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예상보다 베트남 점안제 공장 본격 가동이 늦어지며 삼일제약을 주목하는 눈이 늘어났다”라며 “공장이 최근 베트남 의약품청으로부터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것으로 숨통을 트인 상태”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 베트남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 공단에 준공된 베트남 점안제 공장은 지난달 하순 베트남 GMP 인증에 이어 내년 한국 GMP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미국과 유럽, 캐나다 GMP는 오는 2026년 말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회사측 입장이다. 삼일제약 관계자 C씨는 “최근 받은 GMP 인증은 시설 GMP”라며 “베트남을 제외한 해외에 점안제를 공급하려면 품목별 GMP를 다시 획득해야 하는데 이 시한을 2026년 말로 정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향후 핵심은 허 대표와 삼일제약이 미국과 유럽, 캐나다 GMP 승인을 순조롭게 획득하느냐 여부로 요약된다. 시기별로 분석하면 삼일제약은 베트남 점안제 공장 준공 이후 베트남 GMP 인증까지 22개월이 소요됐다. 상대적으로 베트남보다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과 유럽 GMP 인증을 향후 2년여 기간 동안 준비해 획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삼일제약이 중점을 둬야 하는 부분은 미국이나 유럽에 소재한 대형 제약사와 CDMO(위탁개발생산) 수주 계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삼일제약이 2026년 말을 목표로 한 것은 베트남 GMP 인증 기간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GMP 승인까지 남은 기간 동안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는 최선의 방안은 CDMO 수주 계약”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2026년 말 GMP 승인을 받게 되면 상식적으로 그 무렵 CDMO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수주 계약이 성사된다는 예상도 있다”며 “계약이 이른 시일 내 성사되는 것이 삼일제약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삼일은 계약에 최대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이처럼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선 국내 매출과 수익성에도 주력해야 할 상황으로 분석된다.
삼일제약 대표 품목군은 알려진 대로 안과 제품이다. 매출이 확인되는 품목은 미국 ‘엘러간’의 오리지널 점안액 ‘레스타시스’다. 상반기 매출액이 28억원으로 매출비율은 2.6%다. 지난해 공급을 개시한 ‘루센티스’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아멜리부’와 올 5월부터 판매하는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 시밀러 ‘아필리부’도 눈길을 끄는 품목이다.
삼일제약이 최근 수년간 공을 들였던 CNS(중추신경계) 매출도 상반기 173억원으로 집계되며 경영의 한 몫을 담당한다. 이를 종합해 삼일제약은 상반기 1086억원 매출을 올려 첫 2000억원대 달성이 예상된다. 결국 각자대표 체제를 정리한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는 향후 2년 동안 꼬박 베트남 점안제 공장 가동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2년이 경과된 후 허 대표가 받게 될 경영 성적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