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타 업종 기업 인수로 사업다각화 흐름···기술력 확보, 이른 시간 내 캐시카우 활용
대원제약, 작년 400억원 투자 에스디생명공학 인수···4년 연속 영업적자로 업계 일각은 우려
에스디생공, 건기식과 외부 투자 중단으로 반기 36억 영업손실···투자금액 환수 시점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환인제약과 동화약품이 타 업종 기업 인수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화장품업체를 인수한 대원제약이 주목 받고 있다. 일단 대원제약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수한 업체의 수익성 보완에 주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인제약은 최근 건강기능식품업체 ‘비피도’를 15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동화약품도 총 1607억원을 들여 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 인수를 결정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중견제약사나 상위권 제약사가 자체적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대신 타 업종 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제약사들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 신사업을 준비했는데 위험부담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며 “반면 기존 업체를 인수할 경우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대신 기술력과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이른 시간 내 캐시카우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 제약사들이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 등 기준으로 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낮은 업체를 선택하는 상황은 일부 우려점이 있다는 업계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판단은 해당 업체가 하지만 수익성이 우수하지 않은 업체를 인수하는 사례가 최근 파악되는 점은 사실”이라며 “적자 업체를 인수해 캐시카우로 성장시키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또 다른 위험부담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실제 대원제약이 지난해 12월 4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화장품업체 에스디생명공학은 2023년 469억원 매출과 13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은 4년 연속 적자를 보였다. 2020년 –37억원, 2021년 -348억원, 2022년 –315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대원제약이 2021년 당시 극동에치팜(현 대원헬스케어)을 인수하며 건기식 사업을 본격화한 후 화장품업체를 인수하려 했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적자 폭이 커 인수 후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이 지난해 에스디생명공학 인수 후 주력했던 사업은 화장품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 상반기 말 기준 에스디생명공학 매출에서 화장품사업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마스크팩과 아이패치가 각각 매출의 48.56%와 17.54%를 점유한 상태다. 식품사업은 조미료식품 11.40% 등 12%에 못 미치는 비중으로 분석된다. 전체 매출 80% 이상을 화장품이 차지하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해 11월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 등을 서흥헬스케어에 매각하며 사실상 건기식 사업을 중단했다. 이어 올 상반기 화장품 판매업체 에스디플랫폼 지분 91.8%를 매각하고 전자상거래업체 샵이오 등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과 타 업체 지분을 대부분 구조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최대주주인 대원제약과 회생법원이 선임한 에스디생명공학 대표가 건기식 등 급하지 않은 사업, 타 업체 지분 등을 매각한 것을 현재로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에스디생명공학의 상반기 매출은 197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37%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손실을 지난해 상반기 152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인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지난해 순손실 6억원을 기록한 미국법인을 주요 종속회사에서 배제하는 등 비교적 에스디생명공학이 강점을 갖고 있던 해외 사무소도 구조조정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에스디생명공학 영업손실은 최대주주인 대원제약의 연결재무재표 기준 실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원제약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85억원으로 전년대비 6.7% 하락했다. 반면 매출은 2623억원으로 7.5% 성장했다. 결국 대원제약이 지난해 인수한 에스디생명공학은 기존 사업과 외부투자를 구조조정하고 있어 향후 실적 추이가 주목된다. 최대주주인 대원제약이 에스디 인수에 투자한 400억원을 어느 시점부터 환수할 수 있을 지 제약업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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