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장 강연
자율주행 '장밋빛 전망 vs 시간 더 걸려' 엇갈린 전망
“자율주행 제조를 넘어 융합 산업으로 발전”

박성우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 2024)’에서 '자율주행 현실와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시사저널e
박성우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장이 1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 2024)’에서 '자율주행 현실와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시사저널e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자율주행은 안전성이 최고 우선이지만 앞으로는 승차감까지 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재관 한국자동차연구원 자율주행연구소장은 12일 시사저널이코노미 주최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인공지능 국제포럼’(AIF2024)에서 ‘자율주행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소장은 “자율주행도 새로운 모빌리티 혁신을 이루면서 대혁명의 시대가 왔다”며 포문을 열었다.

자율주행의 최근 트렌드를 보면 “장밋빛 전망이다”라는 전망과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산업”이라는 관점으로 나뉘고 있다. 자율주행은 기술은 개발부터 R&D부터 상용화까지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이 걸린다. 

이 소장은 “산업계에서는 새로운 모빌리티에 대한 먹거리를 찾아야 하니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자율주행 관련해서 아직은 상용화, 실용화 관점에서 봤을 때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르진 않다”고 진단했다. 

자율주행은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 자율주행 가운데 현재는 레벨 3까지 개발돼 시판된 상황이다. 다만 레벨3 자율주행의 경우 돌발 상황에서 운전 책임이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신체 능력 저하로 신속하게 대처하기 힘든 수준이다. 즉, 안전성 문제로 사고 예방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앞서 2021년 일본 혼다는 레벨3 자율주행 자동차를 양산했다. 조건부로 운전자가 눈을 뗄 수 있는 정도다. 다만 안전성이 이슈가 되면서 혼다는 안전성이 100% 담보되지 않으면 차를 양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 사례가 세 가지를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첫째는 자율주행의 안전성에 대한 이슈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며 “실제 테슬라는 오토 파일럿 관련 안전성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켜서 여러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혼다는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으면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기능의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평소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눈을 뗄 수 있다면 운전자들에게 매우 편할 것이다”라며 “자율주행 레벨3는 50km 미만 트래픽 잼에서 명절 때 고향에 갈 때, 출퇴근 대도시에서 교통 혼잡이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어 기능성이 떨어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가격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트래픽잼 기능을 탑재하면서 차 한대 가격이 1억원대를 형성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않는데 가격은 너무 높다는 한계가 명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현재 자율주행 기술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고도화된 기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벤츠 1년 뒤에 북미에 60km 까지 교통혼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을 출시한다. GM은 대표적인 게 특수목적 다용도 차량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모델로 외연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테슬라의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FSD 작동 중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기까지 차량이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거리를 종전보다 6배 늘린 ‘v13 버전’을 오는 10월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능이 점점 고도화되는 만큼 제조를 넘어 융합 산업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자체 제조 기술을 비롯해 여러 기업과 함께 전문적인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혼다와 소니는 합작사를 만들어서 '아필라'라는 차를 출품한 바 있다. 

이 소장은 “자율주행 자동차는 제조 기술을 비롯해 투자 범위가 넓은 만큼 여러 기업과 합작으로 차를 개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관 소장은 중국의 자동차 제조 개발 기술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국내 기술보다 상당히 많이 높아져 다수의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을 견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현재 자율주행은 운전자를 보조해주는 정도로 발전했으나, 미래에는 공간 개념이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차의 사용 목적으로 모바일 오피스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이 고도화 됐다면 미래에는 차 안이 오피스가 될 수 있는 정도로 공간적인 개념에서 발전을 이룰 것”이라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순 제조를 넘어서 융합 산업으로 넘어간다는 점도 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융복합 기술이 탑재된다는 것은 안전성, 보안성에서 점점 규제도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GM 자율주행차 크루즈는 자율주행차가 역주행하는 사고를 내서 리콜당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 개발된 레벨 3단계를 넘어 자율주행 레벨4는 정해진 공간 내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을 전담하는 수준이다. 포드를 비롯해 다수의 자동차 기업들이 레벨 4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장은 “국제 표준이 자율주행의 안전성과 보안성에 대한 데이터를 꼼꼼하게 따지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밖에 없고, 딥러닝 알고리즘 기술과 빅데이터가 필요한데 실제 실험 차량을 가지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따라서 데이터 사이언스 문제도 대두된다”고 짚었다. 

이어 “레벨4 수준의 주행 능력은 인지능력을 갖춘 센서가 개발돼야 하는데 레이더, 초음파, 카메라 다양한 센서에 맞는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GPS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 관련해서는 차 내만 지능화되면 안되고 인프라도 지능화돼야 한다”며 “이는 사이버 보안쪽에서도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에는 주행자의 승차 쾌적성을 개선하는 방향도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자율주행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만족도만 높일 것이 아닌 승차감에 대한 만족도도 높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최근에는 주행자의 승차감을 개선하는 방향도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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