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금융권 주담대·신용대출 규제 방안 검토
2금융권으로 수요 몰릴 가능성
당국,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 연기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당국이 저축은행 건전성 규제를 연기하면서 풍선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단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시중은행에서 연 소득의 최대 150%까지 가능한 신용대출을 100% 이내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수도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를 대폭 강화한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에도 대출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신용대출까지 조인단 방침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726조6434억원으로 지난달 말(725조3642억원)보다 1조2792억원 급증했다. 하루 평균 가계대출 잔액이 2558억원 증가한 것이다.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 증가세도 가팔라졌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4759억원 증가하며 8월 한달간 증가규모(8495억원)의 절반을 넘었다. 앞서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2142억원, 1713억원 줄어든 바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로 수도권 주담대 한도가 대폭 줄어든데다 은행들도 최장만기 축소 등으로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갔단 해석이 나온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직장인들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9일부터 신용대출 전체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10일부터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13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줄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과 은행들이 이 같은 조치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은행권 주담대를 제한하자 신용대출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증가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연스럽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저축은행에 국한해 금융당국의 규제 조치가 완화돼 풍선효과가 저축은행으로 극대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 상향 내용이 담긴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변경 예고다. 개정안은 5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고위험 대출을 줄이기 위해 저축은행 충당금 적립을 높이는 내용이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대출채권에 대비해 수익의 일부를 쌓아두는 것으로 충당금 적립액이 커질수록 은행은 대출을 억제하거나 한도를 줄이게 된다. 당초 일정은 7월 대출분부터 시행돼 9월 충당금 적립분부터 상향된 기준이 적용될 계획이었으나 이번 개정안 변경 예고로 2026년 1월 시행으로 1년 6개월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은 단계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9월부터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자 대상 가계대출에 대해 20~30% 충당금 적립을 추가로 해야 하는데 기존 최대 50% 늘려야 했던 원안에 비해 부담이 완화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들은 대출을 더 내줄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연기한 이유로 저축은행의 주요 이용자인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자금 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전성 관리 노력에 따른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서민금융 공급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며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다중채무자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상향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예의주시하면서 이달 들어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증감과 선행지표인 대출 신청 건수를 하루 단위로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은행별 평균 DSR 하향, 카드론 한도 제한 등의 추가 규제 방안도 나올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금융권은 은행권과 비교해 자본 여력도 취약해 대출 수요가 쏠리면 연체율 상승과 부실위험, 계약 해지 위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두고 보수적인 방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