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에디션 출시, 판매 확대 위한 프로모션도 진행
파일럿으로 제품군 확대·기술력 과시·고객 취향 파악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혼다 코리아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파일럿으로 다양한 차량 선택지를 제공하고 기술력을 알린다는 전략이다.
5일 혼다 코리아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운영 중인 브랜드 체험 공간 겸 카페 ‘혼다 모빌리티 카페 더고’에 파일럿 블랙 에디션을 전시했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은 현재 판매 중인 파일럿 단일 트림(엘리트)에 실내외 전용 디자인 요소를 적용한 모델이다. 혼다는 최근 자동차 소비자들이 검정을 선호하는 경향을 고려해 탑승문, 사이드 미러, 범퍼 등 눈에 띄는 부위에 올 블랙(all black) 색상을 적용했다.
또한 실내 운전대 장식, 시트 머리받침(헤드레스트)에 검정을 칠하고 시트 스티치, 앰비언트 라이트에 빨강을 채택해 역동적인 감성 제공을 시도했다. 파일럿 블랙 에디션 가격은 부가세 포함 7090만원으로, 기존 엘리트 트림(6940만원)과 함께 판매된다.
이지홍 혼다 코리아 대표이사는 “블랙 컬러에 대한 고객 니즈를 반영해 파일럿 블랙 에디션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혼다 코리아가 이번 한정판 모델을 통해 파일럿에 대한 시장 관심을 새삼 일으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 에디션은 기존 차량이나 신규 출시한 모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을 키우기 위해 흔히 개발되는 한정판 모델이다. 혼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도 블랙 에디션이 판매되고 있다. 지난 3일 KG모빌리티가 렉스턴 스포츠·칸에 검정 스타일 요소를 적용한 선택사양 ‘블랙 엣지 패키지’를 운영하는 것도 유사한 마케팅 사례다.
혼다 파일럿은 지난 2012년 2세대 부분변경모델로 처음 국내 출시된 후 올해 12년째 판매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모델은 지난해 8월 출시된 4세대 완전변경모델이다.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배기량이 3.5ℓ로 불어난 자연흡기 엔진을 10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갖춰 최고출력 290마력의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와 함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혼다 센싱, 안전 차체 기술 ACE 바디 등을 갖춰 고객의 운행 편의를 지원한다. 혼다는 각종 부품을 효율적으로 뭉치는 패키징 기술로 실내 공간을 이전보다 더욱 확장한 점도 과시했다.
다만 최근 파일럿 판매는 저조한 실정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93대 판매되는데 그쳤고, 최근 수년째 100대 안팎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동급 모델로 분류되는 쉐보레 트래버스, 지프 그랜드체로키가 1000대 넘게 판매된 것에 비하면 부진했다.
혼다 코리아가 최근 고급 사양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경향에 발맞춰 첨단 사양을 두루 갖춘 상위 트림을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혼다 신차가 미국, 유럽 브랜드 신차에 비해 낮은 가격대에 실속 있는 상품성을 갖춘 일본차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돼서다.
파일럿은 2016년 3세대 출시 당시 5000만원 초반대 가격에 판매됐고 2017년 1381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를 출시해 대형 SUV의 사양 구성, 가격대에 대한 고객 기대치를 높인 후 파일럿의 매력이 퇴색됐다는 분석이다.
혼다가 쉐보레, 포드, 지프와 달리 대형 SUV를 주력 모델로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트림 선택지를 늘리거나 고객 감성을 자극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밖에 혼다가 지난해 온라인 판매 도입 후 딜러사 재량 할인 없이 단일 가격 정책을 개시한 점도 파일럿 수요를 일시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혼다 코리아는 파일럿으로 고객에게 다양한 차종을 소개하고 각종 기술력을 과시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국내 처음 출시한 블랙 에디션을 통해 파일럿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구매 경향을 파악하고 향후 신차 전략 수립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혼다 코리아는 판매 성과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파일럿 신차 고객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파일럿 블랙 에디션을 구매한 고객은 평생엔진오일 교환권, 사고시 자기부담금 3년 지원, 골프 캐디백 등 혜택을 얻을 수 있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고급 사양 선호 추세로 인해 수입차 가격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파일럿 블랙 에디션을 통해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 취향을 파악해 상품 전략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