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29일 약평위에 자큐보 상정···제일약품, 약가 우대보다 신속 출시 비중 둔 듯
케이캡 약가 1300원, 펙수클루는 939원···케이캡 시장 비중 증가는 제일약품 약가에 유리
펙수클루 비중 확대는 제일약품에 불리···자큐보 가중평균가 1000원 이상, 향후 경쟁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출시를 앞두고 마케팅 준비에 착수한 제일약품 국내개발신약 ‘자큐보정’이 경쟁품목인 대웅제약 ‘펙수클루정’보다 높은 약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매출 달성에 유리한 높은 약가를 받으려는 제일약품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9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신약의 급여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는 약평위는 이날 제일약품이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지난 4월 국내개발신약 37호로 허가 받은 자큐보정을 심사한다. 참고로 매달 첫째 주 열리는 약평위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급여 등재를 위해 개최일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보건복지부가 혁신신약 약가 우대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 일각은 제일약품이 국내개발신약 자큐보정 약가 혜택을 기대하며 숨 고르기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가 우대방안이 어떤 내용으로 확정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제일약품은 자큐보정 신속 출시를 위해 약평위 상정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일약품은 최근 임직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큐보 POA를 실시하는 등 사실상 마케팅 활동에 착수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제일약품은 이미 위식도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자리 잡은 P-CAB(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 HK이노엔 ‘케이캡정’과 대웅제약 펙수클루정에 맞서기 위해 하루라도 빠른 출시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약품 정책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일약품이 자큐보정 경쟁품목인 케이캡정, 펙수클루정과 비교해 큰 차이 나지 않는 약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업계 지적이다. 케이캡정 약가는 1300원이다. 펙스클루정은 939원이다. 상대적으로 케이캡정 약가가 높은 이유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케이캡정 약가 확정 시 정부는 별도 규정으로 국내개발신약을 우대했지만 펙수클루정이 약가를 받을 때는 규정이 삭제된 상태여서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제일약품은 펙수클루정 939원보다 높은 약가를 받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조언이다. 현실적으로 영업은 물론 약가 등에서 펙수클루정과 비교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약가는 해당 의약품의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로 결정된다. 대체약제는 심평원이 선정하며 가중평균가도 심평원이 산출한다. 자큐보정의 경우 PPI(프로톤펌프저해제) 제제 100여 품목과 P-CAB 제제 케이캡정, 펙수클루정 등이 대체약제로 분석된다. 가중평균가는 각 대체약제에 청구금액을 곱한 다음 평균을 낸 가격을 지칭한다.
핵심은 대웅제약이 펙수클루정 약가를 확정한 2022년 6월에 비해 현재 상황이 자큐보정 약가에 유리하냐 불리햐냐 여부로 분석된다. 우선 가격이 높은 케이캡정의 시장 내 비중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제일약품에 유리하다. 실제 케이캡정은 상반기 918억원 원외처방금액을 달성하며 올해 2000억원 돌파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반면 제일약품이 불리한 근거를 보면 펙수클루정의 시장 내 비중이 2년여 기간 동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7월 출시된 펙수클루정은 올 6월 말까지 누적 처방액이 1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즉 가격이 높은 케이캡정 시장 비중이 높으면 가중평균가도 높아져 제일약품에 유리한 상황이 된다. 반면 가격이 낮은 펙수클루정 비중이 높으면 가중평균가가 낮아져 제일약품이 불리하다는 업계 설명이다.
대체약제 중 숫자가 많은 PPI 제제는 국내개발신약 우대를 받은 케이캡정보다 약가가 낮은 편이고 천차만별이어서 가중평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편이다. 익명을 요청한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현재로선 펙수클루정에 비해 자큐보정 약가 결정 상황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자큐보정 가격을 결정짓는 것은 케이캡정과 펙수클루정의 시장 내 비중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심평원이 산출한 자큐보정 대체약제 가중평균가는 1000원이상으로 파악된다. 심평원에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에서 낮춰지는 최종 가격을 감안하면 펙수클루정 당시 가중평균가와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현실적으로 약제를 평가할 때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매출 출발선상인 약가 결정은 중요하다”며 “제일약품은 내부적으로 펙수클루정보다 높은 약가를 받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일약품은 자큐보정 약가 결정 과정에서 조언을 듣기 위해 대형로펌에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법무법인 율촌과 계약했다가 류양지 고문을 제외한 전문인력이 법무법인 화우로 옮기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제일약품은 컨설팅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로펌을 변경했고 율촌과 계약 종료 후 화우가 해당 계약을 승계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결국 노력 끝에 국내개발신약 허가를 받은 제일약품이 자큐보정 신속 출시를 위해 급여와 약가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회사측이 희망하는 약가를 받아 기존 품목들과 어떤 경쟁을 벌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