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사장,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
빙그레 실적 상승세···오너리스크 발목 잡힐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경영 승계에 속도를 냈던 빙그레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서부지검이 김동환 빙그레 사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하면서 빙그레 오너리스크가 불거졌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메로나 등 메가브랜드를 중심으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던 터라, 이번 오너리스크는 빙그레 꼬리표로 붙을 전망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4일 김동환 빙그레 사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사장은 지난 6월17일 오전 술에 취한 채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소란을 피웠고, 주민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빙그레 로고. / 사진=연합뉴스
빙그레 로고. / 사진=연합뉴스

김동환 사장은 범한화가 2세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이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조카다. 김 사장은 대학 졸업 후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난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빙그레에서 그는 구매부 과장과 부장, 마케팅 전략 담당 상무, 경영기획·마케팅 본부장 등을 거쳤다. 김 사장은 지난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고, 올해 3월엔 사장직에 올랐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 사장은 “저로 인해 불편을 입은 분들께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유통업계에선 빙그레가 김동환 사장을 차기 후계자 구도로 굳히고 있단 분석을 내놓았다. 빙그레 오너 3세인 김동환 사장, 김정화씨, 김동만 전무가 모두 빙그레에 재직 중인 가운데 김 사장이 가장 빠르게 승진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사업과 해외 시장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동환 사장을 중심으로 빙그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빙그레의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업무를 김 사장에게 맡겨 힘을 실어주고 있단 분석이다. 실제 빙그레는 2019년 건강지향 통합브랜드 빙그레 tft를 출범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대표적으로 빙그레 건기식 라인은 더단백, 면역워터 등이 있다. 최근엔 건기식 브랜드 ‘프롬뉴트리’와 GLC케어 상표를 등록하며 스낵식품, 식이섬유음료, 홍삼음료 등 기능성음료 등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빙그레 김호연 회장은 올해 만 69세(1955년생)로 나이가 적지 않고, 지난해 빙그레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승계에 우호적인 분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빙그레는 매출 1조3943억원, 영업익 1122억원을 기록했다.

정한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내수시장에서 메가브랜드의 매출이 견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5년간 연평균 19% 성장하며 꾸준히 해외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성수기 효과로 3분기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며 제로칼로리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 카테고리 확대로 경쟁력, 점유율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빙그레와 제때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빙그레와 제때 최근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빙그레 물류 자회사이자 오너가 회사인 제때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냈다. 제때는 빙그레 지분 1.99%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오너 3세인 김동환 사장·김정화씨·김동만 전무가 각각 33.3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제때는 빙그레 매출 비중을 25%까지 낮추며 증여세 과세 기준 안으로 진입했다.

특히 제때는 오너 3세의 경영 승계 지렛대로 여겨졌던 터라, 오너 3세 증여세 마련 방법으로 기업공개(IPO)가 거론돼왔다. 제때를 상장시켜 그 과정에서 제때 지분을 매각하고 빙그레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제때는 2021년부터 액면분할과 무상증자를 통해 총 주식수를 늘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때 주식수는 2021년 56만5358주에서 지난해 말 952만5155주로 늘어났다. 이는 비상장사가 IPO를 위해 주당 액면가를 낮춰 공모가를 높이는 방안 중 하나다.

다만 김 사장이 물의를 일으키면서 빙그레에도 오너리스크 낙인이 찍혔다. 빙그레 주가도 덩달아 하락세다. 빙그레 주가는 지난 6월11일 11만8400만원을 찍고 지속 추락 중이다. 이날 기준 빙그레 주가는 전날 대비 0.15% 감소한 6만67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선 빙그레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빙그레 오너 3세는 모두 빙그레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또 김동만 전무는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초 빙그레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본격 경영 수업에 돌입했다. 김 전무는 해태아이스크림에서 마케팅 기획 총과를 맡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도 김 전무가 자리한 이후 실적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매출 1991억원, 영업익 15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 178%나 급증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오너 3세 경영 승계에 대해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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