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파리 대회서 사상 최초 5개 종목 석권
정의선 “선수들 고마워···이제는 다음 올림픽 준비”
현대차그룹, 대표팀 최상 컨디션 유지하도록 지원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진 가운데)과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 / 사진=대한양궁협회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진 가운데)과 한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 / 사진=대한양궁협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이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전종목을 석권했다.

지난 2016년 리우 대회에서 4개 전 종목을 석권한 이후 이번 파리 대회에선 4개 종목과 함께 혼성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거머쥐며, 사상 최초로 양궁에서 5개 종목을 석권했다.

양궁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데 이어 4일 마지막 남자 개인전까지 최정상에 오르며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양궁은 대한민국 스포츠 종목 중에서 역대 누적 금메달 32개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 양궁 대기록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의 땀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정의선 대한양궁협회·현대차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꾸준한 지원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큰 도움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될 수 있도록 후원한 바 있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후원 중 최장 기간이다.

이번 파리 대회 역시 현대차그룹의 전방위 맞춤형 지원이 금빛 결실을 맺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파리 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을 재현한 실전 연습 환경과 슈팅 로봇을 비롯한 첨단 R&D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훈련 장비 및 기술, 축구장 소음 체험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특별 훈련을 도왔다. 또 파리 현지 대표팀 전용훈련장, 식사, 휴식공간, 동선까지 체크해 선수들의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파리 대회를 위해 개막 이전부터 직접 준비과정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대통령 프랑스 순방길에서도 파리 현지 상황을 사전 점검했다. 또 대회 개막식 전에 현지에 미리 도착해 우리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과 휴게공간, 식사, 컨디션 등 준비 상황을 점검했고, 양궁 경기 기간 내내 현지에 체류하며 선수들의 컨디션까지 배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 “선수들이 기량 발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울 것”

정 회장은 양궁 마지막 경기가 끝날때까지 현지에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격려했다. 한국 여자 양궁 선수들이 10연패를 달성한 시상식에선 선수들 한 명 한명에게 부상을 수여하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정의선 회장이 양궁 전 종목 석권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대한양궁협회
정의선 회장이 양궁 전 종목 석권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대한양궁협회

정 회장은 “우리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뒤에서 다 하겠다”라며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감사하며, 선수들 본인이 가진 기량을 살려 꿈꾸는 걸 이뤘다는게 가장 기쁘다”며 “현지 응원을 와준 교민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즐겁게 봐주는 국민 여러분들이 있어 양궁인들이 힘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양궁 선전에 대해선 “처음부터 전 종목 성권이나 금메달 수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도운 것뿐”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에도 잘하는 국가가 많기 때문에 이만큼 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양궁의 원동력에 대해 “우리나라가 양궁을 처음 시작했을 때 노력했던 선대 회장이 있었고, 양궁협회 시스템이 그때부터 만들어져 지금까지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회와 선수들, 스태프의 믿음인거 같다. 서로 믿으면서 한마음으로 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다음 LA 올림픽을 위해 모여서 전략회의를 하고 여러 가지 장단점에 대해 분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현대차그룹, 양궁 경기력 향상 위한 맞춤 지원

정 회장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그룹은 한국 양궁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훈련과 기술 향상을 도왔다.

우선 파리 대회 양궁경기장인 앵발리드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진천선수촌에 건설했다. 이 경기장에서 국가대표팀은 경기장의 특성을 몸에 익히며 체계적인 연습을 했다.

파리 대회에서 예상되는 음향, 방송 환경 등을 적용해 모의 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개발해 제공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과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기량을 높였다.

현지 소음에 대비해 전북현대모터스와 협의해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소음 적응 훈련도 진행했다. 지난 6월 29일 전북현대와 FC서울 경기를 앞두고 대규모 관중 앞에서 약 40분가량 남자선수들과 여자선수들이 각각 팀을 이뤄 실전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펼쳤다.

/ 사진=대한양궁협회
/ 사진=대한양궁협회

또한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약 10km 떨어진 스포츠클럽을 통째로 빌려 양궁 국가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연습장도 마련했다. 이 곳은 휴식과 훈련을 위한 시설들이 갖춰졌으며,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한 통상적인 출국 날짜보다 4일 정도 빠르게 출국해 전용 연습장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했으며, 시차도 적응했다.

더불어 대표팀 전용 휴게 공간을 마련해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식사는 한식을 비롯해 소화가 잘되고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로 준비했다. 대회 기간 선수들이 안정적인 심리상태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스포츠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도 동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양궁 훈련장비와 훈련기법을 개발해 지원했다. 양궁선수들과 코치진 의견을 반영해 선수들이 가장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제공했다.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은 선수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며 경기 감각을 향상 시켜주며,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를 통해 슈팅 자세를 정밀히 분석해 완벽한 자세를 갖출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어디서든 활 장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활 검증 장비’와 직사광선을 반사하고 복사에너지 방출을 극대화하는 신소재를 개발해 적용한 ‘복사냉각 모자’를 지원했다.

또한 3D 프린터로 선수 손에 최적화해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과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 생체정보를 측정해 긴장도를 파악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최상 품질 화살을 선별하는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파리대회 준비 과정과 실전 경기에서 양궁 대표팀과 코치진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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