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연합, 한미사이언스 주총 개최 청구···이사회 정원 12명 확대해 7명 확보 추진
정원 확대 위해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 필요···대주주연합과 임종윤 형제측 대결 예상
신동국 중재 성공 시 극적 봉합 가능성 전망···북경한미약품 조사는 임종윤에 부담 가능성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손 잡은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대주주연합이 예상대로 지주사 임시주주총회를 청구하며 한미약품 경영권분쟁을 재점화시켰다. 이에 오는 9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다시 표 대결이 예상된다.
30일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전날 청구했다. 임시주총 의안은 2가지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것(1호)과 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등 신규 이사 3인 선임(2호)이다.
대주주연합은 이번 안건 의결을 통해 시장이 우려하는 한미약품그룹 경영 상황을 안정시키는 한편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 선진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총은 청구 시점으로부터 두 달여 뒤 개최될 전망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10명이 정원인데 실제 9명이다. 이중 대주주연합측은 4명이다. 반면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 측은 5명으로 추산된다. 구체적으로 대주주연합측은 송영숙 회장과 신유철, 김용덕, 곽태선 등으로 파악된다. 임종윤 형제를 지지하는 측은 임 이사와 임 대표 외에 권규찬, 배보경, 사봉관 등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연합은 이같은 열세를 뒤집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숫적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쉽게 설명하면 10명 이사 정원을 유지할 경우 대주주연합이 이사 1명을 추가해도 양측이 동수를 이룰 수 있어 정원 확대를 통해 12명 중 7명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청한 대주주연합측 관계자 A씨는 “일단 주총에서 이사 정원을 확대한 다음 대표 교체 여부는 상황을 체크하며 결정할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한미사이언스 대표 교체를 대주주연합이 추진하면 신규 이사 3인에 포함시켜 경영진에 진입시킨 후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로 내세울 전망이다.
이에 임종윤 형제 측은 반발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전날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주주들과 한미 직원 선택을 받은 대표가 책임을 지면서 각 계열사 및 부문별로 전문성 있는 리더들과 소통하며 ‘뉴 한미’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이것이 진정한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연합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것을 반박하며 현 임종훈 대표 체제 유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핵심은 오는 9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또다시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전제조건도 있다. 대주주연합이 추진하는 이사회 정원 확대는 한미사이언스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상법상 정관 변경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대주주연합의 특별관계자 지분은 48.19%로 3분의 2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임종윤 형제 측 특별관계자 지분은 29.07%로 정관 변경을 막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향후 국민연금이 대주주연합이나 임종윤 형제 중 누구를 선택할지, 소액주주들이 어느 정도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지, 양측 특별관계자 중 혹시라도 이탈표가 발생할지 등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 확대 여부를 결정하고 그룹 경영권분쟁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두 달 후 주총이 유력한 상황에서 대주주연합이나 임종윤 형제 양측 모두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들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소액주주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최대주주로 올라선 신동국 회장이 자금력을 동원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추가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주주연합을 보면 현재 신 회장 영향력이 최대치로 부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주주연합과 임종윤 형제의 경영권분쟁에서 변수는 주총 전 신 회장의 중재 가능성과 북경한미약품 내부 조사로 분석된다. 신 회장은 이달 초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손잡은 후 임종윤 형제와 회동하며 의견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일정 부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총 개최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주총 직전까지 경영권분쟁을 봉합하는 합의를 지속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차원에서 한미약품이 현재 진행하는 북경한미약품 내부 조사는 임종윤 이사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주총 전까지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을 업계가 주목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북경한미약품 내부 조사 결과는 일종의 뇌관으로 분석된다”며 “주총이 다가올수록 조사 결과가 임종윤 이사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두 달 후로 예상되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을 앞두고 극적 봉합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주주연합과 임종윤 형제의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총에서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한미사이언스 정관 변경이 진행될 지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