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신세계L&B와 협업해 RTD 하이볼 출시
위스키 주정 3.3% 넣은 것이 차별점···편의점 하이볼과 경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 신세계L&B가 본업인 와인 수입과 주류 유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간 ‘종합 주류 기업’을 목표로 삼았던 신세계L&B는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손잡고 하이볼을 출시해 틈새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11일 신세계L&B는 성수동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본사에서 ‘에반 버번 하이볼’을 공개했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에반 버번 하이볼 출시·생산·영업 등을 담당하고, 신세계L&B는 전반적인 브랜드 마케팅과 상표 제휴 등을 담당한다.
에반 버번 하이볼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경기도 이천 브루어리에서 생산된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독일산 설비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소속 전문 믹솔로지스트(Mixologist·칵테일 믹싱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가 블렌딩에 참여해 과일향과 위스키의 밸런스를 구현했다.
양사가 협업한 에반 버번 하이볼은 애플과 레몬 2종이다. 용량은 355㎖, 알코올 도수는 5도다. 가격은 1캔당 4000원, 4캔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하이볼은 재료의 기본이 되는 위스키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에반 버번 하이볼은 에반 윌리엄스 위스키 원액을 기반으로 하이볼을 만들어 풍미가 뛰어나며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캔 하이볼 수요가 증가하면서 캔 하이볼 형태로 출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 중인 일부 하이볼 제품들은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지 않는다. 시중에 판매 중인 하이볼은 위스키 향 또는 저가 주정의 향을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에반 버번 하이볼은 알코올 도수 60도의 위스키 원액을 기반으로 만들어 차별점을 줬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신세계L&B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의 목표는 ‘하이볼 시장 1위’다. 단기적인 연내 목표 판매치는 300만캔이다. 에반윌리엄스는 지난해 신세계L&B에서 최대 매출을 기록한 효자 제품이다. 최근 BTS 멤버 정국이 ‘가성비 높은 위스키’로 꼽아 화제를 모았다.
이번 양사가 ‘하이볼’을 내놓은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국내 RTD 주류 시장에서 하이볼 매출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기 때문이다.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에 따르면 국내 RTD 시장에서 하이볼 비중은 2022년 2%에서 지난 2023년 33%까지 급성장했고, 올해는 38%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양사의 협업은 신세계L&B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후 출시한 신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올해 신세계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신세계L&B 대표까지 겸직하게된 이후 출시한 주류 제품으로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이마트를 통해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하며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일명 정용진 소주로 ‘푸른밤 소주’를 선보였다. 그러나 제주소주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제주소주는 지난 2021년 신세계L&B에 흡수합병했다. 신세계L&B는 킹소주를 출시하며 다시 소주 시장 진출에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신세계L&B는 제주소주를 새로운 주식회사로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이는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흡수합병한지 3년 만이다. 분할 기일은 다음달 6일이다.
신세계L&B와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에반 버번 하이볼의 판매 목표를 300만캔으로 잡았다.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와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도 입정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있다”면서 “장기적으론 일본 하이볼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미 RTD 하이볼 시장은 포화 상태로, 틈새시장을 파고들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생레몬 하이볼, 처음처럼 솔의눈, 우량하이볼 등이 SNS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끈 상황이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는 “주정에 오크 칩이나 향, 유사 위스키 등을 넣은 하이볼은 많이 출시됐지만 이번 제품은 진짜 위스키를 담았다”면서 “최근 하이볼 제품들은 패키지와 콜라보레이션에만 집중하다보니 진짜 바텐더가 만드는 것 같은 맛을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볼 본고장인 일본으로 진출해 일본 하이볼과 경쟁하는 것이 장기 비전”이라며 “무분별한 협업으로 인해 맛과 기술력, 제조사가 확실한 하이볼 제품을 고르려는 소비자 니즈가 형성됐기 때문에 레시피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고, 수제 맥주 시장에서의 배움을 고스란히 쌓아 이번 하이볼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름 주류 시즌을 맞아 맥주, 하이볼 등 인기가 높아졌고 편의점에서도 주류 매대를 하이볼이 차지할 만큼 판매 수요가 높지만 기존 인지도 있는 RTD 하이볼 시장을 뚫긴 어려울 것”이라며 “위스키 베이스의 하이볼이 얼마나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