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유지···12회 연속 동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 지속 여부 좀 더 확인할 필요 있어”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 영향 유의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물가상승률은 2%대로 둔화하는 추세지만 환율이 1300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금리를 동결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시장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2월부터 12차례 연속, 1년 5개월 28일 동안 동결을 선택했다. 다음 금통위가 8월에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는 1년 7개월 이상 동결될 전망이다. 이는 앞서 가장 길었던 동결 기간인 1년 5개월 21일(연 1.25%, 2016년 6월 9일~2017년 11월 30일)을 넘어선 역대 최장 기록이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의 지속 여부와 높은 환율, 가계대출 증가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외환시장, 수도권 주택 가격, 가계부채 등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이어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기대 변화, 미국·유럽 지역의 정치 상황 등에 영향받으며 장기 국채금리가 상당폭 등락했고 미 달러화는 미국과 여타 선진국 간 통화정책 차별화 등으로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및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 정도, 중동 지역 리스크의 전개 상황, 주요국의 정치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수출 개선세가 이어졌지만 내수가 조정되면서 부문 간 차별화가 지속되고 성장세도 주춤했다고 진단했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축소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도 점차 회복되면서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2.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물가는 통화 긴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6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폭 축소 등으로 2.4%로 낮아졌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전월과 같은 2.2%를 나타냈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로 낮아졌다.

금통위는 “앞으로도 국내 물가상승률은 완만한 소비 회복세, 지난해 급등한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초반으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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