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해 중국자본 편입 우려 해소
광주공장 이전·부채율 개선 등 현안 산적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가 6년 전 중국 기업에 매각된 후 각종 변수를 극복하며 성장세를 이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앞으로 해외 사업, 국내 공장 이전, 재무구조 개선 등 과제가 산적했다는 관측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지난 6일 중국 타이어 기업 더블스타그룹에 인수된지 6년을 맞았다.
당시 경영난을 겪고 있던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 6463억원 규모 주식을 신규 발행해 매각했다. 더블스타그룹 계열사인 싱웨이코리아가 이를 매입하고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확보하며 대주주에 올랐다.
금호타이어는 당시 더블스타그룹을 인수자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기업 경영상 목적 달성 및 필요 자금을 신속히 조달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투자자의 의향 및 납입능력, 시기 등을 고려해 이사회에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금호타이어의 중국 자본 편입을 두고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2009년 중국 상하이기차가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지분을 돌연 매각, 한국에서 철수해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블스타가 5배 큰 자산 규모를 갖춘 금호타이어의 성장보다 기술, 노하우 확보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금호타이어는 그간 코로나19 사태(팬데믹), 글로벌 경기 위축 등 난관에 봉착했지만 수년에 걸쳐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더블스타에 편입된 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 우호적 환율 등 대외 요인과 임직원 급여 일부 삭감 등 자구책을 펼친 결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팬데믹에 맞닥뜨려 2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2022년 팬데믹 완화에 따른 완성차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2022년 흑자 전환, 지난해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연속 달성했다.
◇ 대표이사에 정일택 사장 간택···임금소송 등 리스크 해소에 기여
업계에 따르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 후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했다. 금호타이어가 기술력, 품질, 영업 등 측면에서 보유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수 판매 1위를 다툴 뿐 아니라 매출 기준 글로벌 14위(작년 기준, 타이어프레스 집계) 위상을 갖춘 점을 고려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기술력을 경영의 핵심 화두로 삼고 2021년 연구원 출신의 내부 승진자인 정일택 대표이사(사장)를 선임한 것도 결과적으로 묘수였다는 평가다. 정일택 사장은 완성차 시장 활황에 수반해 신차용(OE), 교체용(RE) 타이어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을 십분 활용했다. 고인치 타이어 등 고부가 제품의 판매 비중을 늘리고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경로를 다각화하는 등 공략을 강화했다.
정 사장이 일부 직원들에게 2000억원대 규모로 배상해야 했던 통상임금 소송을 원만히 해결한 점도 금호타이어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2월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 논의한 끝에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고 현직 사원 3000여명에게 2012년 1월~2014년 5월 기간에 해당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당시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제외한 액수로 통상임금이 산정되고 이에 따라 수당이 지급돼왔다며 사측에 제소했다. 2021년 3월 대법원은 노조에게 수당을 지급해야한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고, 정 사장 전임자인 전대진 전 사장은 패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정 사장이 노조와 적극 소통한 끝에, 지난해 초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판결에 따른 배상액보다 적은 규모의 수당을 조합원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이어갔지만 노사갈등 리스크가 큰 틀에서 해소됐고, 실적 확대가 맞물리며 정 사장의 리더십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실제 금호타이어 주가는 2021년 6월 말 광주공장 이전에 청신호가 켜지는 등 호재 덕분에 8330원 고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하다가, 노사 합의 시점을 전후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어 지난 4월말 역대 1분기 최고 영업이익(1456억원)을 기록하고, 지자체의 광주공장 이전 타당성 분석이 개시된 점 등 호재가 겹쳐 3년 만인 5월 초 8360원으로 고점을 경신했다. 더블스타의 배후 경영과 금호타이어의 리더십, 사업 노하우 같은 내부 요인을 비롯해 우호적인 대외 변수들이 기업가치 향상의 시너지를 일으킨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경영에 전반적으로 관여하지 않되, 매달 열리는 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등 독립 경영을 보장했다”며 “또한 원재료 공동 구매, 중국 사업 등 측면에서 협력하며 금호타이어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부채율, 타이어 3사중 최고...“실적 확대가 관건”
다만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가 현재로서는 순항 중이지만 광주공장 이전, 해외 사업 확대, 부채율 인하 등 굵직한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광주공장 이전 사안은 현재 답보 상태다. 노후화한 현재 공장의 가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내 이전을 수년째 검토하고 있지만 용도변경 등 행정 문제에 봉착한 실정이다. 현재 공장 소재지인 광주 광산구가 공장이전 타당성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호타이어는 해외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베트남 공장 가동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설립 후보 장소를 검토하는 중이다.
금호타이어의 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인 부채율은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높은 상태다. 지난 1분기 금호타이어의 부채율은 228.2%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33.9%, 넥센타이어 147.5%보다 훨씬 높다. 금호타이어가 채권단 등으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차입한 금액만 지난 1분기말 기준 1조2936억원에 달한다.
순이익을 창출해 결손금을 일부 만회하며 부채율을 낮추고 있지만 해외 공장 증설, 인력 확충 등 각종 자금을 지속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실적 확대가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으로 꼽힌다.
◇ 광주공장 이전 이슈 이후 주가 내림세···“현 경영 체제로 성장 추진”
금호타이어는 여러 과제를 안은 동시에 올해 들어 글로벌 신차 수요 부진 등 경기 불확실성에 직면해 최근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5월 초 고점을 찍은 후 내리 하락해 전날 저점 6060원을 기록했다.
더블스타는 지난해 7월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함께 최대주주 지위를 향후 4년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계약을 새롭게 체결했다. 체결 당시 약속한 주식 양도 1년 제한(보호예수)의 기한이 지난 6일 도래했지만 최대주주로서 지분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경영 구조를 유지하며 실적 확대를 통한 기업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더블스타 편입 후 국내외 사업에서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고, 정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에 걸쳐 모기업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왔다”며 “각종 현안을 헤쳐나가며 실적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검토하는 등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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