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공장·미국공장서 사망사고, 직업성 암 여부 이슈도
올해 역대최고 실적 목표···“안전한 직장 만들기에 최선”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금호타이어가 최근 호실적을 기록한 반면, 국내외 사업장에서 잇달아 불거진 산업재해 이슈로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최근 공장 근로자 사망, 조리원 근로자 폐암 산재 인정 요구 등 산재 관련 사안에 직면했다.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곡성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1명이 타이어 성형 기계에 압착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이 안전수칙 준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의 해외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수리하던 기계 설비에 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자 건강 관련 문제는 사내 다른 직군에서도 진행 중이다. 전날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는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에 지난해 말 폐암을 진단받은 곡성공장 내 식당 조리원 A씨의 산재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지난 2000년 10월부터 조리원으로 근무해온 A씨가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직업성 암을 얻은 것으로 보고 금호타이어 사측에 작업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산재 근로자 수 비율 뜻하는 ‘재해율’ 매년 증가
금호타이어 내부에서 발생한 산재 사례는 매년 이어지는 실정이다. 금호타이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수 대비 산재를 입은 근로자 수의 비율을 의미하는 ‘재해율’은 2018년 5.1%에서 2020년 4.2%로 하락했다가 2022년 6.0%로 다시 상승했다.
2022년 근로자 100명 중 6명이 근무 중 다치거나 직업병을 얻은 셈이다. 해당 기간 산재 사망자 수는 0명으로 집계됐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같은 기간 재해율과 동등한 개념으로 분류되는 ‘직업병 발생률(OIFR)’이 1%대에서 5%대까지 증가했다.
타이어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쳐 근로자 안전보건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과거에 비해 산재 인정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 속 재해율, 직업병 발생률 수치의 상승이 기업가치에 끼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산재 관련 사안에 더욱 민감하게 접근하는 중이다.
금호타이어는 대표이사인 정일택 사장이 주관하는 안전보건경영 추진 조직 ‘SHE운영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내 정책을 이행, 성과 관리하는 중이다. 사업 부문별 경영진이 안전보건경영 실무를 맡고 대표이사에게 현안 보고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이사가 사업장 내 안전보건 문제의 최종 책임을 질 여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내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두고 근로자와 사측 관계자(사용자)가 절반씩 인원을 구성해 사업장내 위험요소 진단, 개선방향 논의 등을 수행하고 있다. 근로자를 비롯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업장 안전을 도모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잇따른 산재 사례에 대한 경영상 실질적, 도의적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관계자는 “사내식당 조리원 산재 신청에 관해 금호타이어의 작업 환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근로자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부분을 (사측에) 요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 “실적 압박에 사업 속도 빨라져”
금호타이어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잇단 산재 이슈들을 털어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분기 매출 1조445억원, 영업이익 1456억원으로 지난 10년간 1분기 중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올해 역대 최고 매출 목표인 4조5600억원을 설정하고 국내외 사업 역량 강화에 매진 중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발생한 사업장 안전 문제로 사업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오너 체제인 경쟁사에 비해 실적 개선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다보니 일각에서 사업 속도를 너무 높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전날 발생한 사고에 대해 최대한 조치하는 한편, 안전 대책 마련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전날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현재 파악 중이며 사고자와 가족들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할 것”이라면서 “금호타이어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방침 아래 안전진단실시, 안전 순찰원 제도, 노사활동 안전점검, 재해예방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안전문화를 정착하고 안전한 직장 만들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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