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준 내수서 5만대 넘긴 차량 없어···쏘렌토 4만9588대로 그나마 가능성
단 하반기 이후 신차 효과 약화와 팰리세이드 대기 수요 늘어나는 점은 변수
10만대 단골 현대차 ‘그랜저’ 올해 부진···하반기엔 경쟁모델 K8도 출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자동차 내수 부진 속에 연 판매 10만대를 넘기는 모델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코로나19 특수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수년간 내수 시장에서 10만대를 판매한 차량이 꾸준히 나왔으나, 올해에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까지 5만대를 넘긴 차량이 없는데다, 신차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약화되는 만큼 10만대 벽을 넘긴 어려울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 쏘렌토로 4만9588대를 기록했다. 이어 기아 카니발이 4만4868대로 2위를 기록했으며, 현대차 싼타페는 3만9765대로 3위를, 기아 스포티지가 3만9299대로 4위를 차지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10만대 판매를 달성할 모델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상위권을 차지한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 현대차 싼타페의 경우 작년 말 신형이 나왔기 때문에 올 하반기부터는 신차 효과가 감소하면서 상반기보다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달 기준으로 아직 출고 대기가 7~8개월 가량 밀려있을 만큼 인기가 높아 생산량을 늘린다면 10만대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올 상반기 3만5360대를 판매하며 전체 판매량의 약 71%를 차지했다. 최근 국내에서 내연기관과 전기차 중간다리 역할로 하이브리드 강세가 이어지면서 하이브리드 엔진이 강점인 차량들 인기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만일 기아 쏘렌토가 올해 내수 시장에서 연 10만대를 넘어설 경우 최근 10년 내 기아 브랜드에선 처음으로 10만대를 달성하게 된다. 앞서 기아 ‘프라이드’가 1990년대 초반 연간 10만대를 넘어선 적이 있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차종이 다양하지 않아 차량 수요가 소수 차종으로 쏠렸다.
다만 현대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이르면 올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 내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팰리세이드 대기자가 늘어나면서 쏘렌토, 싼타페, 카니발 등 차량 수요를 흡수해 뒷심이 떨어질 수 있다.
올해 국내 내수 시장에서 10만대 차량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랜저 부진 영향이 크다.
그랜저는 국내 내수 시장 최고 인기 모델로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1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그랜저 판매량은 13만2080대, 2018년은 11만3101대, 2019년 10만3349대, 2020년 14만5463대 등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그랜저 외에 10만대를 넘어선 것은 2018년 싼타페(10만7202대)와 2019년 쏘나타(10만3대) 뿐이다.
그랜저는 2021년과 2022년엔 코로나19와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로 판매가 줄었지만,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된 작년에는 11만3062대를 기록하며 재차 10만대를 넘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연초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이 전기차 생산 라인 설비 공사 문제로 가동을 중단하며 생산량이 줄었다. 지난 1~2월 그랜저 판매량은 평균 3800여대에 그치면서 평소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 기준 그랜저의 누적 판매량은 3만3370대다.
또한 전반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 강세가 이어지면서 세단 판매량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국내에선 패밀리카, 차박·캠핑 등 목적으로 실내 공간이 넓은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세단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는 경쟁 모델인 기아 K8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올해에는 그랜저 판매량이 10만대를 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그랜저 부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국내 완성차 내수 시장이 침체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신차를 구매하기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 완성차 영업점 관계자는 “차 값이 오르고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작년보다는 구매 문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또한 전기차와 내연기관 중 고민하면서 전기차 가격 및 인프라 상황을 지켜보며 차량 구매 시기를 미루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