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식 모델, 품질·안전 이슈에도 할인 덕에 수요 확대
배터리 비싸 신차 가격통제는 어려워···“판촉 지출 불가피”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 전기차(BEV)인 아이오닉5 23년식 모델을 1000만원 가까이 할인 판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고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대폭 할인 혜택이 고객 구매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수익성과 가격 간 균형 맞추기에 고심 중이다.
2일 현재 전기차에 관심있는 누리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오닉5 23년식 모델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에 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경북 칠곡군에서 아이오닉5 프레스티지 트림을 구매 계약한 누리꾼 A씨는 6549만원인 해당 차량에 할인 포인트만 1000만원 가까이 적용받았다. 이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 더한 결과 차량 구입가가 4263만원으로 확정됐다. 원가보다 2500만원 넘게 저렴하게 구입한 셈이다.
A씨는 “(아이오닉5 23년식 모델의) 재고가 많이 없어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았다”면서도 “현재 패밀리카로 타고 있는 내연기관차가 있어 아이오닉5를 출퇴근용 차량으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 소비자들, 23년식 아이오닉5를 ‘재고오닉5’라 불러 “사고파”
실제 이날 현대차 지점에 문의한 결과 6786만원으로 책정된 풀옵션의 아이오닉5 23년식 모델을 남양주시 기준으로 4693만원에 구매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기준 남양주시 시민이 적용받을 수 있는 아이오닉5 트림별 최고 보조금 940만원을 적용한 것으로 가정할 때 1153만원 할인된 셈이다.
누리꾼들은 대폭 할인 판매 중인 23년식 아이오닉5를 ‘재고오닉5’라고 부르며 영업사원 추천을 받았다. 기아의 더 작은 차급 전기차인 EV3나 아이오닉 부분변경모델과 아이오닉5 재고 모델의 가격을 비교하는 글도 게재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지난 3월 출시된 아이오닉5 부분변경모델의 재고 할인을 기다릴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오닉5 재고 모델에 대한 고객 관심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대차 판매실적도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아이오닉5 판매량은 전년동월(1297대) 대비 41.4%나 증가한 1834대로 집계됐다. 부분변경모델 출시 후 4개월간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 증감폭이 꾸준히 늘지 않고 들쑥날쑥했던 점을 고려할 때 지난달 신차 효과보다 재고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23년식 아이오닉5 구매 고객들이 누린 할인혜택은 재고물량에 대한 현대차 상시 판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공됐다. 이 혜택은 현대차 영업사원들이 프로그램에 따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외부에서 열람할 수 없고 현대차 전시장 등에 문의해야 확인 가능하다. 아이오닉5 뿐 아니라 23년식 아이오닉6 물량도 재고 프로그램 일환으로 동등한 수준의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현대차 재고 프로그램 혜택의 제공 시점이나 규모 등 정보를 예측하기 어렵고 전시장에 문의하는 등 품을 팔아야 획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3년식 아이오닉5의 할인 판매를 바라보는 고객들 사이에서 “현대차 전기차가 테슬라 차량처럼 시가 판매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 “이 가격이면 결함 있어도 산다”···車 업체들, 가격인하 방안 고심
아이오닉5 재고 모델의 인기에서,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한 가격 인하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된다는 관측이다. 최근 일부 브랜드 전기차의 결함을 비롯해 충전 제한·화재 사고 우려 등 부정적 요인들이 전기차 수요를 위축시켰지만, 경쟁력 있는 가격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되살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전기차 전시회 EV트렌드코리아의 사무국이 지난 2월 국내 성인 4129명에게 전기차 구매시 최대 고려사항을 설문한 결과 ‘차량 가격’(27%)이 가장 높았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25%), ‘거주지 인근 충전소 유무’(20%), ‘지역 보조금’(15%)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한 누리꾼은 “재고오닉5를 이 가격에 살 수 있으면 ICCU 결함 논란을 알아도 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현재 리튬 등 배터리 소재의 가격 등락세 속에서 신규 출고한 전기차의 가격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현재 출시한 전기차의 판매 확대를 위해 판촉 비용을 경쟁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3% 감소한 3조5570억원으로 집계됐다. SUV 같은 고부가제품의 판매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전체 판매 차량 감소(-500억원), 인센티브 확대(-210억원) 등 감소 요인에 영향 받은 결과다.
현대차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장에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전기차 쪽에서 인센티브 레벨이 높아 전체적으로 조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을 고수하되 내부 판매 믹스 비중을 낮추며 인센티브 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