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젊지 않지만 대통령직 수행할 수 있어”
TV토론 졸전 후 중도하차 불거지자 진화 나서
美 유권자 49% “민주당, 바이든 대신 다른 후보가 대선 나와야”
베팅 사이트에서는 바이든 당선 확률 급락

TV토론 다음 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연설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AP, 연합뉴스
TV토론 다음 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연설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AP, 연합뉴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미국 대선 첫 TV 토론 이튿날 열린 선거 유세에서 대선 승리 의지를 강조하며 당 안팎의 후보교체론을 일축했다. 전날 미국 대선 첫 후보간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81살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다만 민주당이 새로운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간) CNN·폴리티코·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대선 경합주 중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실내 유세에서 “명백하게 말하자면, 나는 젊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예전만큼 쉽게 걷지 못하고,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나는 진실을 말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안다.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알고 있듯이 쓰러지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일(대통령직)을 할 수 있다고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믿지 않았다면 다시는 뛰지 않았을 것이다”며 “나는 정말 솔직히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나는 수많은 미국인이 그렇듯,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남을 안다”고 역설했다.

이날 발언은 그가 TV 토론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인 후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중도하차론’을 일축하며 후보 교체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이 진행되는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거나 웅얼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맥락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더니 중간에 입을 벌리고 말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토론에서 ‘참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 교체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으로 인한 건강과 인지능력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타이에 셔츠 단추를 2개 푼 채 연설에 임했다. 또 연설 도중에 잇달아 목소리를 높이며 열정을 어필했다. 전날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목소리가 잠겼던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유권자의 절반가량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다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날 여론조사기관인 유거브가 미국 성인 2648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 ‘민주당이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면 누구를 후보로 지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을 택했다. ‘조 바이든’을 택한 응답자는 30%였고 ‘잘 모르겠다’는 22%였다.

이에 비해 공화당 후보에 대한 같은 질문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응답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다른 사람’은 38%, ‘잘 모르겠다’는 18%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첫 대선 TV 토론 직후 진행됐다.

각종 온라인 베팅·예측시장 사이트에서도 바이든의 재선 성공 가능성은 하락했다.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정치 이벤트 예측시장 사이트 ‘프레딕트잇’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은 토론 전 주당 48센트였다가 토론 후 29센트까지 떨어졌다. 28일 오전에는 30센트 선에 머물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전 53센트에서 토론 후 58센트로 올랐다. 주당 가격이 높을수록 사람들이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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