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분기배당 앞두고 700주라도 ‘영끌’ 매수···두 달 만에 5.26→5.94%
그룹 승계 위해 HD현대 배당금 필요···HD현대마린솔루션 배당 기대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 주식을 ‘영끌’ 매수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HD현대 주식 매수가 지속되면서 HD현대가 그룹 승계를 위해 배당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HD현대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도 적극적인 배당 정책을 예고하고 지주사 배당 재원 확보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 정기선, 탈탈 털어 HD현대 '매수'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HD현대 주식 700주를 장중 매수하며 보유 주식수를 469만5448주(지분율 5.94%)로 늘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2일 2만9148주를 장중 매수한 것을 시작으로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HD현대주식을 장중 매수하고 있다. 지난달 2일을 제외하면 장중 매수한 주식 규모는 1일 기준 최소 1만주에서 최대 2만1000주다. 지난 24일 700주 매수처럼 백주 단위로 주식을 매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부회장이 ‘영끌’ 매수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 부회장이 HD현대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것은 지난 2018년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분 5.26%를 확보한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를 설립하고 2018년 3월 지주사 체제가 출범하면서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인 HD현대가 됐다.
정 부회장은 2018년 3월 KCC로부터 현대로보틱스(HD현대) 주식 83만1000주를 블록딜로 사들였다. 매입대금 354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은 당시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증여받았고 나머지 540억원은 대출로 확보했다.
HD현대 출범 이후 정 부회장의 추가 주식매수는 없었고 지분율도 5.26%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지난달부터 적극적인 장중 매수로 HD현대 지분을 확대하면서 그룹 승계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의 최대주주는 정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 2101만1330주(지분율 26.6%)를 가지고 있다.
◇ HD현대·HD현대마린솔루션 배당 늘어날까
정 부회장이 6월 배당기준일을 앞두고 HD현대 주식을 최대한 늘리자 HD현대 배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HD현대는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주당 900원의 분기배당도 도입했고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주당 3700원을 배당했다. 올해 1분기에도 주당 90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했고 2분기 분기배당도 예정되어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HD현대의 배당 성향과 배당수익률은 각각 33.3%, 5.8%로 최근 10년간 한국 기업 평균(22%, 2%)를 크게 상회한다”며 “올해 주당 배당금은 연간 4000원 이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HD현대의 배당 재원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 수입과 임대료, 자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부터 받는 배당금 등이다.
HD현대는 2022년말 그룹명을 ‘HD현대’로 바꾸면서 상표권 수취에 나섰고 지난해부터는 그룹 계열사를 판교 글로벌 R&D센터(GRC)에 입주시켜 임대료를 수취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금 수익은 4763억원, 상표권료는 336억원, 임대료는 652억원이다. 전년대비 배당금은 42.9%, 상표권 수입은 446.3%, 임대료 수입은 1615.8% 급증했다.
지난달 상장한 HD현대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상장 후 첫 배당을 통해 HD현대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6월말을 배당기준일로 삼고 상장 후 첫 배당에 나선다. 상장 당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3년간 50~70% 정도의 배당 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HD현대마린솔루션 최대주주는 HD현대로 지분 55.78%를 가지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20년부터 HD현대에 꾸준히 배당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558억원을 배당금으로 HD현대에 지급했다. HD현대로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HD현대오일뱅크에 이은 두 번째 배당 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