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도입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
비슷한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시장 판단 달라
비수도권 저축은행은 수도권 대비 자본력 약하고 지역 수익성 낮아
수도권 저축은행 니즈는 분명 있어···실효성 위해 규제 예외 확대 적용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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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감감무소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구조조정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저축은행업권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성사된 인수·합병은 0건이다. 

현재 저축은행 영업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 및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상,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총 6개로 나눠 관리되고 있다. 이전만 해도 금융당국은 영업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 소유·지배 허용하지 않았다.

개정안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동일 대주주가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최대 4개까지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에는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도 허용했다. 수도권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제재) 대상 저축은행에만 최대 4개까지 인수·합병을 허용했다.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적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합병을 통해 경영건전성 제고를 이끌어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유도한다는 것이 당시 금융당국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에도 실제 인수·합병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규제 완화 도입 이후 1년 가까이 지났지만 단 한 건의 저축은행 인수·합병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저축은행의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이 수면 위로 부상했지만 실제 딜이 이뤄진 성과는 없었다.

대책은 나왔지만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비슷한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업계의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수도권 저축은행에 비해 자본이 넉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 수익성도 낮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총 예수금은 116조431억원이었다. 이중 상위 10개사의 예수금은 62조1841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이상을 차지했다. 상위 10개사는 모두 서울 및 인천·경기 지역을 영업구역으로 한 수도권 저축은행들이었다.

시기도 좋지 않다. 저축은행업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당기순손실은 1543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527억원 적자)와 비교하면 적자폭이 2.9배로 늘었다. 

건전성도 악화했다. 1분기 기준 연체율은 8.80%로 지난해 말(6.55%)에서 지속 상승 중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0.32%로 전년 말(7.73%)보다 2.59%포인트 뛰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당장의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섣부른 인수는 시기상조라고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등 영업환경이 악화한데 더해 부실채권 관리를 위해 관련 전략을 보수적으로 취하고 있다"며 "인수·합병은 업황이 나쁠수록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업권의 부실 악화 우려는 커지는데 몸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한 바 있지만 인수가격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결국 매각이 불발된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인수 철회 이후에도 적절한 매물이 있으면 인수·합병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원하는 몸값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인데 인수·합병 적극적으로 나설 만큼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정책 효과를 위해서는 규제 예외를 확대 적용해 수도권 저축은행도 인수·합병 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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