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랑 툴르몽 프랑스 국립인구통계학연구소(INED) 책임연구원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비혼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합계출산율도 높습니다. 결혼하지 않아도 출산 가정의 사회적, 법적 혜택을 동등하게 줘 법률혼의 장벽을 낮췄습니다.”
로랑 툴르몽 프랑스 국립인구통계학연구소(INED) 책임연구원은 “프랑스는 EU 국가 중 합계출산율 최상위권에 있는 국가”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때 모든 유럽 나라들이 출생율이 떨어졌지만 유일하게 프랑스는 변화를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합계출산율이 높은 배경에 대해 “탁아와 공교육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아이는 사회가 키운다’는 이념 하에 사회 공공의 영역에서 양육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프랑스는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받는 정규 교육이 무료다. 대학교 역시 국공립이 다수인 만큼 거의 무상에 가까운 교육을 제공한다. 출생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기까지 부모가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가 자녀의 성장을 지원한다.
특히 프랑스에만 있는 제도인 팍스(PACS·시민연대계약)는 결혼과 동거 중간 형태 가정을 지원한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라야 하는 등 여성은 수직 관계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또 이혼할 때 복잡한 절차를 겪어야 한다.
그러나 팍스는 결혼한 부부와 거의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지면서, 헤어질 때 간단한 시청 신고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1999년 비혼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한 팍스 법률안이 가결되면서 프랑스의 비혼 출산율은 1999년 41.7%에서 2012년 56.7%, 2020년 62.2%까지 높아졌다. 결혼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동거혼을 인정했단 점에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Q. 프랑스의 연도별 합계출산율 변화를 짚어달라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한 커플당 2명 정도 낳는다. 부부가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기 때문에 30년 동안 인구수가 유지됐다. 2014~2015년 합계출산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유지됐다. 2020년대 들어서는 1.7~1.8명 정도 수준이다.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Q.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중 프랑스 합계출산율 순위는
“지난해 기준으로도 아직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때 모든 유럽 나라들의 신생아 출생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프랑스는 줄지 않았다. 프랑스 합계출산율이 떨어진 것은 최근이다. 약 2014~2015년부터 조금씩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도 EU 국가 중 1위다.”
Q. 프랑스 출생아 수가 가장 낮았던 연도와 가장 높았던 연도는
“출생아 수가 가장 높았던 연도는 2010년(83만3000명)이다. 제일 낮았던 시기는 작년(67만8000명)으로 13년 동안 약 19% 정도 떨어졌다.”
Q. 최근 프랑스 출산율이 소폭 줄어든 원인이 있다면
“2023년 출산율이 줄었는데, 프랑스인들의 생존 기간으로 보면 2019~2022년 동안 낮아졌다가 지난해 반등해서 인구수 자체는 유지됐다. 출산율이 줄어든 이유를 찾아보자면, 인플레이션이랑 프랑스 경기가 안 좋아지면 정부 혜택이 줄었고 아기를 출산할 유인책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Q.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출산율이 상관관계가 있나
“그렇다. 돌봄인력과 나라에서 나오는 지원책들이 1945년부터 80년간 발전됐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혜택이 잘 유지되고 있고, 모든 부모들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프랑스는 아이의 교육은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아이들을 정부가 같이 키운다는 가치관이 지배적인 것이다. 아주 어린 아기 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고, 3살부터 유치원을 보내며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부부가 대다수다.”
Q. 출산 가정에 주거도 지원해 주나
“정부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족들에게 집을 후원해주기도 한다. 임대주택 개념의 주거환경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다자녀일수록 이런 거주 혜택이 좋아진다. 프랑스 사람들의 인식이 아기를 낳아도 집 걱정이 없다는 인식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현금 수당 및 주택 지원이 소폭 줄었다.”
Q. 출산율이 높게 유지되는데 가장 유효했던 정책이 있다면
“프랑스는 1970년부터 미혼모가 늘었고 정부에서 미혼모 대상 출산 지원 정책을 확대하면서 출산율 유지와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에 발표한 출산휴가를 10주에서 6개월로 늘리는 정책도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 남성 휴직 지원금과 한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 혜택을 늘리는 정책 역시 호응이 이어졌다.”
Q. 프랑스 비혼 출산율 추이는
“약 60% 정도다. 2020년에는 62.2%를 기록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비혼 출산율은 6% 안팎이었다. 1970년에 10%, 1990년부터 30%를 넘어섰다. 2000년에는 40%, 2020년에는 60%를 돌파했다.”
Q. 비혼 출산율이 왜 이렇게 높아졌나
“결혼하고 출산하는 순간부터 아내들의 희생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남녀 수직관계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결혼을 더 안 하려는 경향이 있다. 비혼 동거를 인정하는 팍스(PACS·시민연대계약) 참여율도 점진적으로 늘었다. 결혼과 달리 팍스는 결혼과 같은 법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미혼 여성이 출산한 경우 소득과 상관없이 지원 혜택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런 장점들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커졌다.”
Q. 비혼 출산이 합계출산율도 끌어올렸나
“맞다. 비혼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전체적으로 합계출산율도 높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그렇다. 비혼 출산 문화가 강한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는 방증이다. 프랑스는 비혼 출산이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았다.”
Q. 이민자 출산율도 높은데
“매년 전체 신생아의 3분의 1이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다. 이 중 15%가 부모 둘 다 이민자 출신이다. 프랑스는 이민자들에게도 출산 관련 혜택들을 동등하게 준다.”
Q. 국민들이 원하는 출산장려정책이 있다면
“출산 가정에 집이나 주택을 제공해주는 지원이 줄어든 것에 대해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늘었다. 주거 지원 정책을 확대해달라 것이 골자다. 프랑스에서 출산 가정에 제공하는 주거 지원은 크게 두 가지다. 가정의 소득에 따라서 월세를 깎아주는 것이 있고, 차상위계층은 국가에서 아예 월세가 싼 집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월세 지원금의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