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투자 열풍, ‘선학개미’ 신조어도
일부 스타트업 기술력, 겉모습만 화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한때 투자 혹한기로 몸살을 앓았던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술력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규모 있는 스타트업의 경우 기업공개(IPO) 준비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올해 세계 최대 IT 전시회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는 국내 스타트업의 위상을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통상 스타트업들은 국내서 규모를 키우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후 IPO 또는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 즉 CES는 국내 스타트업으로선 꿈의 무대인 셈이다.

이번 CES 2024의 소규모 벤처기업 전시관 유레카파크에는 총 1400개 스타트업이 자리했다. 이 중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512개로, 전체의 37%나 차지했다.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국내 중소·벤처기업은 133개로 역대 최다였고, 최고 혁신상에 뽑힌 33개 기업 중 국내 벤처 창업기업은 8개였다.

야놀자, 토스, 컬리 등은 스타트업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도 있다.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스타트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바일 앱으로 비상장주식을 사고파는 개인투자자들도 증가하면서, 일명 ‘선(先)학개미’란 신조어도 생겼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위상을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스타트업들의 내막을 뜯어보면 텅 비어있는 경우가 다반사란 점이다. 스타트업 업계 전반을 취재하다 보면 기업마다 공통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 유일한’, ‘국내 최초’ 등 수식어를 내세운다. 특정 분야에서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평하는 것이다. 이들 스타트업들의 경영진들은 서울대 석박사는 기본, C-레벨까지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임직원수만 100명을 웃돌며 중소기업과 대등한 수준을 형성한다.

다만 특출난 아이디어를 ‘탄탄한 기술력’으로 바꾸는 과정은 쉽지 않다. 스타트업들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겉모습에 신경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난이도 최하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마치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마냥 대외적으로 홍보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케이스다. 결국 이 경우 시간이 흘러 기술력이 들통나 폐업 위기에 몰린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로 기업을 이끌려다가 투자받은 이후 어떻게 활용하는지 몰라 구조조정, 권고사직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기술력이 높은 스타트업이 많지 않은 것은 유니콘 기업 개수로도 드러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6월 주요국 유니콘기업을 분석한 결과 K-유니콘으로 불리는 기업수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0개에서 14개에 증가하는데 그켰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수가 449개에서 1209개까지 급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아직 스타트업이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기술 개발에 대한 비용 부담이 크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기업 성장에 벽이 생기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금이 몰리는 AI, 딥테크, 신약 등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관련 기술을 가진 K-유니콘을 찾아보긴 더욱 힘들다. 정부는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를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신경쓰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투자받기 어렵고 기술 수준은 낮다. 스타트업들의 양성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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