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SUV 점유율 66% 넘어···세단 29% 그쳐
큰 차 선호에 차박·캠핑족 늘어···패밀리카로도 인기 상승
올해도 EV3·아이오닉9·캐스퍼EV·셀토스HEV·오로라 등 SUV 신차 출시 예정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격차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0년대만 하더라도 세단이 SUV보다 점유율이 높았지만 최근 몇 년 새 SUV 인기가 계속해서 오르면서 세단을 따라잡았으며, 올해에는 SUV 판매량이 세단의 2배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다.

이는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소비자들 성향과 최근 유행하는 차박·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들도 자동차 판매 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수익이 높은 SUV 생산·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10일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SUV 판매량(레저용차량 RV 포함)은 39만7217대로 점유율 66.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단 판매량은 17만4149대로 점유율은 29.3%에 그쳤다. 판매량이나 점유율 측면에서 SUV가 세단보다 2배 이상 많았던 셈이다.

SUV 강세는 모델별 판매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올해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기아 쏘렌토로 4만3911대를 기록했다. 이어 현대차 싼타페(3만7115대), 기아 카니발(3만6971대), 기아 스포티지(3만3724대) 순으로 집계됐다. 세단의 경우 현대차 그랜저가 3만113대를 판매하며 나름 선방했지만 아반떼, 쏘나타, K8 등 다른 인기 세단의 경우 3만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E클래스, BMW코리아 5시리즈, 아우디 A6 등 인기 모델들 대부분이 세단이라 세단 강세가 계속됐으나, 올해에는 처음으로 SUV가 세단 판매를 넘어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수입 SUV 판매량은 전년대비 6.3% 증가한 3만8844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단 판매량은 전년대비 19.5% 줄어든 3만4819대를 기록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서 SUV가 강세를 보인 것은 테슬라 모델Y 영향이 크다. 모델Y는 올해 4월 누적 기준 601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전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렸다.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SUV가 세단을 앞지른 것은 지난 2020년부터다. 지난 2020년 르노코리아 XM3, GM 트레일블레이저 등 SUV 신차가 출시되고 현대차 팰리세이드, 기아 쏘렌토 등이 인기를 끌면서 SUV 판매 비중은 52.3%, 세단은 47.7%를 기록했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올해 현대차는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가칭)’을 비롯해 캐스퍼 EV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9의 경우 기아 EV9에 이어 대형 전기 SUV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며, 캐스퍼 EV는 전기 경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도 셀토스 하이브리드와 소형 전기 SUV ‘EV3’ 출시를 앞두고 있다.

셀토스의 경우 올해 2만4000여대를 판매하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미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데, 여기에 최근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하이브리드까지 추가될 경우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V3도 기아 전기차 대중화의 시작을 알릴 차량인 만큼 적극적인 가격 정책과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증가할 전망이다.

기아가 올해 K8을 내놓으며 세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SUV 화력을 감당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 뿐 아니라 르노코리아는 중대형 SUV ‘오로라1(가명)’을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며, KG모빌리티도 올 3분기 토레스 기반 쿠페형 SUV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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