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열 전무, 롯데지주 지분율 0.01% 확보
병역 의무 종료···국적 취득‧경영 능력 입증이 관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가 처음으로 한국 롯데지주 주식을 매수했다. 올해 신 전무는 한국에서 병역 의무가 종료돼 한국 국적 취득, 경영 능력 입증이 과제로 남았다. 신 전무가 지분 매수로 롯데지주 지분을 소수 확보한 가운데 롯데가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유열 전무는 지난 5일 보통주 7541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신 전무가 롯데지주 주식을 매입하면서 신 전무는 롯데지주 지분 0.01%를 보유하게 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13.02%를 갖고 있다.
롯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정 자산 기준 6위에 머물렀다. 주력 사업인 유통, 화학 등에서 경쟁사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은 올 1분기 매출 8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903억원으로 31.7%나 감소했다.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이 각각 3.1%, 8.3% 영업이익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화학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도 올 1분기 영업손실 1353억원을 기록하며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특히 롯데는 재계순위 5위인 포스코와도 격차가 벌어졌다. 따라서 롯데는 ‘재계 톱5’ 재진입에도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 공정자산 총액은 129조8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열사수는 98개에서 96개로 줄었다. 반면 포스코 공정자산은 132조660억원에서 136조9650억원으로 5조원 가까이 늘었고, 계열사도 47개로 전년 대비 5개나 증가했다. 지난해 롯데와 포스코의 공정자산 격차는 2조4000억원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7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신유열 전무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 전무는 신 회장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신 전무는 신 회장 모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MBA를 수료하고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또 신 회장이 근무했던 노무라증권에서 2008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2020년까지 근무했고, 같은해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했다.
지난해 승진한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게 됐다. 미래성장실은 새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롯데가 기존 추진해왔던 신사업 관리뿐 아니라 또다른 성장엔진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는다.
올해 초부터 신 전무는 대외적으로 경영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 전무는 지난 1월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 참석했다. 롯데정보통신 부스는 물론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 기업 전시관 등에 방문했다. 이후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4 LOTTE CEO AI 컨퍼런스’에서도 최신 AI 트렌드와 그룹의 전략 방향 등을 논의했다.
지난 3월 신 전무는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세븐일레븐 상품전시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상품전시회는 가맹점주들과 올해 상품 트렌드,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신 회장과 신 전무뿐 아니라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 김홍철 세븐일레븐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이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신 전무는 올해 만 38세를 기점으로 한국에서의 병역 의무가 종료됐다. 신 회장은 앞서 병역 의무가 사라진 41세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듬해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승계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신 전무가 신 회장과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점에서, 신 전무가 곧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국내 경영 활동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신유열 전무는 올해 맡고 있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의 경영 능력 입증이 과제로 남겨졌다. 바이오산업은 롯데가 신성장동력으로 꼽는 핵심 분야다. 롯데는 바이오사업에 진출하면서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세운 바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인천 송도 바이오 플랜트(거대 생산공장) 1공장 착공식을 열고 본격 공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롯데는 2030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국내 메가 플랜트 3개 공장을 포함한 ‘롯데 바이오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공장당 12만리터(ℓ)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의약품 시설을 추가한다.
유통업계에선 신유열 전무가 맡은 역할이 사실상 후계자로서 경영성과를 입증하는 자리로, 국적 취득과 함께 경영 성과만 내면 본격 승계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 전무의 지분 확보는 책임경영, 기업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