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규모에 따라 정신적 피해도 커?···통상은 3000만 원
노태우 기여, 불법성 재산 유래 재산의 분할 여부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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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항소심 판결은 1조3800억원대 재산분할뿐 아니라 징벌적 성격의 초고액 위자료도 논란이다.

부정한 성격의 자금에서 유래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할 것인지 외에도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징벌적 성격의 위자료 판단 등이 상고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에게 선고된 위자료 20억원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혼 시 책임이 있는 배우자(유책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위자료는 통상적으로 3000만원을 넘는 사례가 드물다.

판례에 따르면 위자료는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파탄의 원인과 책임, 당사자의 재산상태 및 생활정도, 당사자의 연령 등 사정을 고려해 정해진다. 2억원의 위자료가 선고된 판례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최 회장에게 선고된 위자료는 초고액이다.

이혼 항소심인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이 별거 후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생활하면서 최소 219억원을 지출한 점, 반면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을 상대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분이나 재산규모에 따라 정신적 손해배상액이 커지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 회장이나 노 관장이 이혼한 일반인들보다 10배 수준의 정신적 피해를 주고받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결국 징벌적 성격의 20억원의 위자료를 산정한 원심 판단이 옳은지가 상고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이 청구한 위자료도 3억 원이었다는 점을 최 회장 측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산분할보다 위자료 20억 원이 더욱 놀라운 판결이었다”면서 “위자료의 구체적 타당성이 상고심 쟁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재산분할 부분에선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전 회장에게 지원했다는 300억원의 불법성 재산에서 유래한 재산을 자녀에게 귀속시키는 게 타당한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유·무형적 기여가 인정되더라도 그것을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항소심은 SK가치 증가에 노 관장의 경영활동과 가사 노동의 기여가 높다고 봤다. 노 관장이 최 회장의 모친이 사망한 후 실질적으로 지위를 승계했고 자녀 3명의 양육을 전담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대체재, 보완재 역할을 해 최 회장의 ‘기회비용’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이 없는 배우자의 적극적 협력 아래 재산이 유지·보유되고 가치가 증가했다면 예외적으로 재산분할 청구도 가능하다”라고 부연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법률심만 다루는 대법원에서 300억원의 출처와 자금 흐름 등을 다시 살펴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SK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기여를 노 관장의 기여로 보고 재산분할 대상이라고 본 판단은 심리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과 함께 긴급 대책 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항소심 결론이 나온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향후 그룹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주요 관계자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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