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진 이유로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꼽혀
기업, 전기차 가격 낮추기 위해 대중화 모델 출시 및 비용 절감
정부에서 적극 나서서 충전 인프라 늘려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지난 몇 년간 뜨거웠던 전기자동차 열기가 최근 식는 모습이다. ‘전기차로 넘어가자’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아직 지켜보자’로 바뀌는 흐름이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신차 판매의 10%를 차지하며, 조만간 주류로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작년 하반기부터는 기세가 꺾였다. 대신 그 자리를 하이브리드가 채우면서, 하이브리드는 홀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기차 초기에는 일명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져나갔다. 테슬라 돌풍을 시작으로 전기차 붐이 일어난 가운데 현대차·기아도 참전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빠른 가속력과 정숙성, 저렴한 연비 등이 관심을 받으며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전기차 캐즘의 주요 원인은 크게 가격과 충전 인프라를 꼽는다. 전기차의 경우 아직까지 배터리 가격이 안정화되지 못해 여전히 내연기관 대비 비싸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같은 차급에서 1000만원 이상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선 전기차가 차세대 차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동급 내연기관보다 더 많은 첨단 편의사양을 집어넣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차량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도 오르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부랴부랴 가격대를 낮춘 차량을 내놓고 있다. 올해 기아는 EV3를 내놓으며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며, 기아 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올해 다양한 중저가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가격을 내린 전기차들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중화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주변에서 신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기차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고민할 때 가장 걸리는 부분이 바로 충전 문제다. 굳이 웃돈을 더 주고 충전 스트레스까지 받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초급속 충전이 30분 이내에 가능하다지만, 주유까지 1분도 채 안 걸리는 가솔린 차량과 발에 채일 듯 많은 주유소들을 보고 있자면 전기차 구매까지 선뜻 손이 안 가는 것이 사실이다.
전기차를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주위 얘기나 언론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을 접해왔다. 또한 당장 본인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몇 안되는 전기차 충전기와 주위에서 볼 수 없는 전기차 충전소 등을 직접 체험으로 겪으면서 전기차를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기차를 구매해서 실제로 타본 소비자들 중 약 70%는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할 정도로 전기차에 만족하고 있지만, 전기차를 사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부족한 충전 인프라에 지레 혀를 내두르며 내연기관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전기차를 늘리기 위해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충전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주위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자주 접하다보면, 충전에 대한 심리적·물리적 압박이 줄어들고, 이는 전기차 구매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