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인기 폭발, 리릭으로 유럽 재공략···“물량 부족”
출시 연기될 뻔···“신기술 집약, 상징성 커 중요한 모델”

캐딜락의 첫 순수전기차 리릭(Lyriq)이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캐딜락의 첫 순수전기차 리릭(Lyriq)이 국내 도로를 달리고 있다. / 사진=GM 한국사업장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GM 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캐딜락 첫 순수전기차(이하 BEV) ‘리릭(Lyriq)’의 국내 출시 일정을 우여곡절 끝에 지키는데 성공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해 출시 일정을 미룰 뻔 했지만, 국내 실적 반등에 필요한 모델인 점을 고려해 미국 본사와 담판 지어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23일 오후 한국GM은 리릭의 사전 구매계약 접수를 개시했다.

리릭은 캐딜락의 첫 BEV로서, 앞뒤 길이(전장)가 4996㎜에 달하는 대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다. 한국GM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같은 형태의 차종으로 분류된다.

리릭의 실내공간 전경. / 사진=GM 한국사업장
리릭의 실내공간 전경. / 사진=GM 한국사업장

미국 인증(EPA) 기준을 준용한 캐딜락 미국 본사 테스트 결과 주행거리가 후륜구동(RWD) 505㎞, 사륜구동(AWD) 494㎞에 달한다. 지난해 말 국내 당국을 통해 AWD 모델로 1회 최장 주행거리 465㎞, 복합전비(연비) 1㎾h당 3.9㎞로 인증받았다. 최고출력 500마력의 강력한 구동성능을 발휘하고 원페달 드라이빙,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을 제공한다.

리릭은 이와 함께 첨단 운전자주행보조시스템 슈퍼 크루즈와 33인치 LED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차량 원격제어·디지털 서비스 온스타 등 캐딜락 최신 사양을 적용한 특징을 보인다. 국내 우선 투입되는 모델은 가격 1억659만원으로 책정된 최상위 등급모델(트림) 스포츠다.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GM공장에서 캐딜락 리릭이 양산되고 있다. / 사진=GM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GM공장에서 캐딜락 리릭이 양산되고 있다. / 사진=GM

◇ 美 소비자 수요 급증···유럽 재진출에 리릭 앞세우기도

한국GM은 이날 오전까지 사전계약 접수 개시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던 중 가까스로 기존 계획을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한국GM은 이날 사전계약을 접수 개시해 빠르면 오는 7월 초부터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한국GM이 리릭 도입 일정을 출시 막판까지 조율했던 이유는 제한된 완성차 물량 때문이다. 캐딜락은 현재 미국 테네시주(洲) 스프링힐에 위치한 공장에서 리릭을 월 수백대 규모로 양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 본사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러차례 출시를 미룬 끝에 지난해 말 본격 출고 개시했다. 양산된 차량의 일부 기능 안정화를 위한 조치였다. 리릭은 현재 미국 고객들이 구매계약 후 1년 안팎으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리릭의 현지 인기는 현지 판매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스쿱스(Car Scoop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캐딜락의 현지 판매실적이 전년 동기(3만6321대) 대비 2.4% 감소한 3만5451대로 집계됐다. 다만 해당 기간 리릭(5800대)이 캐딜락 차량 중 유일하게 증가폭(499%)을 보이며 전체실적 감소폭을 일부 만회했다. 리릭이 브랜드 첫 BEV인 점을 고려하면 차량 상품성에 대한 현지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와 호응을 엿볼 수 있는 성과다.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캐딜락 쇼룸(캐딜락 시티)에 리릭이 전시돼 있다. / 사진=캐딜락 유럽법인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캐딜락 쇼룸(캐딜락 시티)에 리릭이 전시돼 있다. / 사진=캐딜락 유럽법인

캐딜락은 미국은 물론, 주요 BEV 시장인 유럽에 리릭을 투입하며 GM 유럽 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GM은 지난 2017년 유럽에서 오펠, 폭스홀 등 산하 브랜드 사업을 중단한 후 6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리릭으로 재공략에 나섰다. 스위스에 이어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사업 재개할 예정이다. 캐딜락의 전략 초점이 분산돼 한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GM은 올해 리릭을 비교적 소량인 200~250대 들여올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초 이마저 수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캐딜락 관점에서 한국보다 더 큰 시장인데다 본거지인 미국, 유럽의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선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또한 지난해 세계 주요 BEV 시장 중 드물게 신차 판매가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캐딜락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 있어 한국의 우선순위가 하향 조정될 여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캐딜락 한국 판매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캐딜락 한국 판매 추이. /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 리릭, 얼티엄 플랫폼 기반 첫 모델 “GM 전동화 전략에 중요”

한국GM은 이 같은 여건 속에서도 캐딜락의 미미한 국내 시장 입지를 개선하기 위해 리릭의 성공적인 출시·판매에 애쓰는 중이다.

캐딜락은 독일 등 유럽 국적의 고급차 브랜드의 기세에 밀려 지난 1~4월 수입차 시장 점유율 0.3%(223대,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 가운데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추가하는 대신 올해 초 CT5 등 세단 제품 판매를 중단하며, 사업 초점을 양적 확대보다 효율 개선에 맞췄다.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GM 브랜드 공간 더하우스오브지엠이 잠겨 있다. 한국GM은 당초 이 이날 더하우스오브지엠에서 리릭 실물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출시 일정이 오전까지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설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GM은 오는 31일 더하우스오브지엠에서 리릭을 전시하고 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최동훈 기자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GM 브랜드 공간 더하우스오브지엠이 잠겨 있다. 한국GM은 당초 이 이날 더하우스오브지엠에서 리릭 실물을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출시 일정이 오전까지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설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GM은 오는 31일 더하우스오브지엠에서 리릭을 전시하고 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최동훈 기자

리릭은 캐딜락의 한국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모델로 한국GM 내부에서 큰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한국GM은 현재 성장 중인 고급 수입 BEV 시장을 리릭으로 공략할 수 있다. 또한 리릭이 GM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Ultium)을 기반으로 개발, 출시된 첫 모델인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GM이 LG와 공동개발한 얼티엄은 주행거리, 구동력 등 전기차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리릭이 캐딜락 뿐 아니라, GM 브랜드별 최신 전기차에 대한 시장 반응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가에 판매되는 고급 모델인 리릭이 소규모로 판매되기 때문에 캐딜락 전체 실적을 견인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다만 한국GM은 리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마케팅에 공들인다는 방침이다.

한국GM 관계자는 “본사에서 리릭 생산을 늘리는 등 물량 확대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리릭을 통해 캐딜락의 전기차를 포함한 럭셔리 경험 확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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