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주력 사업 매각으로 반도체 중심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
한화, 탈레스·테크윈 인수로 첨단 기술력 확보···수출 호조 발판 마련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삼성과 한화의 방산·화학 기업 ‘빅딜’이 성사된 지 10여년이 지났다. 이 기간 삼성은 전자 중심의 사업재편에 성공했고, 한화는 거대 방산기업으로 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이뤄진 초대형 M&A(인수합병)가 양 측 모두에 ‘윈-윈’이 된 셈이다.

삼성과 한화의 매각·인수 논의는 2014년 여름부터 시작됐다. 한화가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탈레스 인수를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삼성 측은 당시 탈레스와 함께 삼성테크윈도 함께 인수하기를 원했다. 테크윈은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K-10 탄약운반장갑차, K-55A1 자주포 등을 제작하는 국내 대표 방산기업이다.

양 사는 협상 과정에서 탈레스·테크윈에 이어 화학 기업인 삼성종합화학·토탈 등을 포함해 4개 기업을 M&A하기로 결정했다.

방산 및 화학은 삼성에 주요 사업분야가 아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구글이나 애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IT 기업으로 성장할 준비를 하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방산은 물론 화학 관련 계열사도 매각한 것이다. 거래 규모는 약 2조원이다.

한화의 삼성탈레스 인수 제안 시점부터 현재까지 딱 10년이 지났는데, 최근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양 사 모두 성공적인 거래를 했다.

삼성은 전자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타고 5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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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2조원으로 최대 효과를 얻었다. 삼성탈레스·테크윈은 10년간 사명 변경 및 그룹내 조정, 분할 과정 등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시스템으로 변화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위산업을 총괄하며 항공엔진 및 육상, 조선해양, 전투기, 우주 분야 등을 이끌고 있다.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육상 무기를, 한화테크윈은 영상 보안 솔루션 등을 공급 중이다. 한화시스템 역시 위성 및 감시·정찰 등의 방산과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인 삼성테크윈을 인수할 당시 영업이익은 -596억원이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6911억원이다.

폴란드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해 그룹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한화가 ‘방산공룡’으로 거듭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9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임팩트(前 삼성종합화학)와 한화토탈에너지스(前 삼성토탈) 등은 업황 부진에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장 상황 및 업황에 따라 반등이 기대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화의 기존 방위산업은 탄약과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위주였다”며 “하지만 첨단 기술력을 갖춘 삼성탈레스·테크윈의 인수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K방산 르네상스의 중심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역시 전자 중심 기업으로 사업을 정비하는데 성공해 글로벌 IT 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며 “10년 전의 빅딜이 양 측에 지속생존 및 실적확대의 발판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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