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시장에서 협력···열관리 시장에서 경합
“한온시스템이 한 수 위···그룹 시너지는 변수”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본사. / 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시사저널e=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추진하며 전기차 열관리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 기업 실사 중이다.

앞서 지난 3일 한온시스템 현 대주주인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이하 한앤코)와 주주매매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후속 절차다. 실사 결과 연결재무제표상 정보에 오류, 누락 여부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양사간 합의에 따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연내 인수 절차 완료가 목표다.

한온시스템 2대주주인 한국타이어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 중인 미래 모빌리티 수요에 대응 차원에서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금과 차입금을 활용해 연내 지분 인수 절차를 매듭짓는단 계획이다.

현대위아 창원1공장 직원이 냉각수 허브 모듈을 다루고 있다. / 사진=현대위아
현대위아 창원1공장 직원이 냉각수 허브 모듈을 다루고 있다. / 사진=현대위아

◇ 한국타이어, 현대차그룹과 협력에서 경쟁으로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 앞서 전기차 열관리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그룹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오던 양사가 처음으로 경쟁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자동차 부품 전문 계열사인 현대위아는 지난해 5월 냉각수 허브 모듈을 현대차, 기아 신규 전기차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전기차 열관리 사업을 개시했다.

현대위아는 지난 2018년 11월 친환경차 부품 기업 도약을 선언한 후 열관리 사업에 뛰어들어 2년여만인 2021년 1월 냉각수 허브 모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전기차 운행중 뜨거워지는 구동 장치와 배터리를 동시에 식힐 수 있도록 설계돼 차량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등 장점을 갖췄다. 현재 EV9과 코나 일렉트릭 등 현대차·기아 주요 전기차에 장착되고 있다.

한온시스템 경주공장의 전경. / 사진=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 경주공장의 전경. / 사진=한온시스템

◇현대위아 성장 중이지만 세계 2위 한온시스템이 우위

한온시스템이 시장에 먼저 진출해 후발주자인 현대위아가 넘어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2월초 기준 특허 9107건을 확보했다. 이 중 히트펌프 시스템 내부에 장착해 전기차 공조, 장치 열관리 기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수냉식 실외기 설계’ 기술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기술’로 채택돼 정부 차원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시장에서 공조와 배터리 열관리를 결합한 히트펌프 시스템을 비롯한 차량 열관리 관련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요구사항을 두루 충족시킬 수 있는 점을 경쟁 우위 요소로 앞세우는 중이다.

회사는 한라그룹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합작사(한라공조)로 처음 설립된 후 사업을 영위하며 포드와 함께 북미 완성차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고 폭스바겐, BMW 등 유럽 주요 고객사도 두고 있다. 한온시스템이 업력을 이어오며 일본 덴소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의 시장 입지를 구축한 점은 현대위아가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이란 분석이다.

현대위아가 냉각수 허브 모듈을 시작으로, 열관리 관련 장치들을 묶음(패키지)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자체 개발양산 가능한 구성장치의 범위나 기술 수준은 한온시스템이 우위라는 평가다. 한국타이어가 9년여간 2대주주로 지내며 한온시스템의 이같은 경쟁력을 눈여겨보던중 투자를 결단했다는 전언이다.

포르투갈 파멜라에 위치한 한온시스템 공장의 직원들이 주력 제품 중 하나인 R744 전동 컴프레서를 들고 사진 촬영하고 있다. / 사진=한온시스템
포르투갈 파멜라에 위치한 한온시스템 공장의 직원들이 주력 제품 중 하나인 R744 전동 컴프레서를 들고 사진 촬영하고 있다. / 사진=한온시스템

◇“고객과 경쟁하는 삼성전자 떠올라”

한온시스템이 기술, 자산 규모 등 측면에서 우위지만 현대위아가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 기아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점은 견제할 부분으로 꼽힌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기준 현대차(23.5%), 현대모비스(15.0%)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47%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두고 있다.

범현대가(家)인 HL그룹(당시 한라그룹)의 계열사 한라공조를 전신으로 둔 한온시스템은 장기간 현대차그룹과 자동차 부품 거래로 탄탄한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대위아를 통해 한온시스템의 주요 제품인 공조 솔루션을 비롯해 열관리 시스템의 개발·양산 역량을 확보하며, 한온시스템과 경쟁하게 됐다.

경남 창원시 소재 현대위아 본사 전경. / 사진=현대위아
경남 창원시 소재 현대위아 본사 전경. / 사진=현대위아

실제 현대위아가 냉각수 허브 모듈을 개발한 지 불과 2년여만에 현대차·기아를 대상으로 양산·납품한 것은, 계열사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었던 덕분이란 관측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얽힌 비즈니스 관계를 두고, 반도체를 자체 개발·납품하는 동시에 외부에서 설계된 반도체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삼성전자와 고객사 간 관계가 연상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한온시스템 양측은 그간 굴곡있으면서도 상호 호혜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왔다”며 “현대차그룹과 한국타이어의 기존 비즈니스 관계가 새로운 경쟁 구도에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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